[취재현장] 귀 기울이는 강원도지사와 묵살하는 원주시장
2016-12-21 10:52
지난 9일 오전 기자는 강원도 원주로 가 '농업인대학 졸업식'(농업기술센터)에서 원 시장과 마주했다. 원 시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졸업식 일정이 모두 끝나기를 기다렸고, 원 시장이 다음 일정으로 이동할 때 다가가 종교단체와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원 시장의 첫 답변은 "그걸 왜 저한테 물으세요"였다. 이내 "왜 나한테 이런 것을 물어보느냐"며 대답을 피했고, 시장을 보좌하는 직원들은 기자의 팔을 강제로 잡아끌면서 "정식 절차를 밟아 질문하라"며 뒤로 밀쳤다.
물론 기자들의 뻗치기 취재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이날 오후 춘천서 열린 '2016 전국체전 유공자 시상 및 체육인의 밤'(강원체육고)에서 만난 최 도지사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는 기자의 모든 질문을 경청한 뒤 성실히 답했고 주변 직원들도 기자를 말리는 모습은 없었다. 되레 최 도지사는 "추운 날씨에 늦게까지 기다려서 감사하다"는 말을 던지기도 했다.
이러한 원 시장의 안하무인식 태도는 행보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그는 이날 졸업식에서 원주시민들에게 서원주 나들목(IC)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원 시장은 "서원주IC 개통을 통해 원주시는 다양한 기업을 유치하고, 기업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쟤네들(시행사 등 기업)이 지는 운영비 부담에 대한 말이 많다. 2~3년만 지나면 운영비 부담은 없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뭐가 문제겠냐"며 견해를 피력했다.
현재 제2영동고속도로 서원주IC는 완공됐음에도 불구하고 개통이 지연되고 있다. 이는 원 시장이 말하는 쟤네들(시행사 등 기업)에게 약속한 IC 운영비를 원주시가 부담하지 않겠다고 버티면서다. 원주시청 홈페이지를 보면 원 시장은 건강하고 '푸른 레저·경제도시 원주'를 외치며 "항상 초심의 자세로 시민과 함께 원주시를 꾸려나가겠다. 다양한 의견을 귀담아듣겠다"고 강조해놨다. 그러나 원 시장은 초심을 잃고 성과주의 당위성에 매몰돼 다양한 목소리에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건 아닌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