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김영광, 그의 ‘A GLORIOUS DAY’
2016-12-20 00:02
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끝나고 나니 너무 기분이 좋아요. 공중파 첫 주연이고 스케줄이 이렇게 많았던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이렇게 많은 스케줄을 소화한다는 건 참 고된 일이구나 싶었죠. 주인공이 이렇게 힘든 거구나 싶기도 했고요. 후련하면서도 기분 좋았습니다.”
배우 김영광의 데뷔 후 첫 공중파 미니시리즈 주연을 꿰찬 작품 KBS2 ‘우리 집에 사는 남자’(이하 ‘우사남’) 종영 소감이다. 김영광은 고난길 역을 맡으며 극중 홍나리(수애 분)와 극강의 케미를 발산하며 연기 호평을 받았다. 첫 공중파 주연이었기 때문에 느꼈던 부담감도 극복했다.
“처음엔 부담감도 있었죠. 그런데 첫 촬영부터 수애 선배님께서 잘 챙겨주셔서 호흡이 잘 맞았고, 그러다보니 처음 가졌던 부담감과 중압감이 훅 날아가서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게 촬영했던 것 같아요.(웃음)”
“스스로 생각하기엔 만족하지는 못해요. 그래도 고난길이라는 캐릭터를 최대한 이해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이해하고 연기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놓치고 간 것도 많았죠. 캐릭터가 일관성 있지 못했던 건 아쉬운 것 같아요.”
김영광은 인터뷰 내내 ‘우사남’을 끝낸 홀가분함을 만끽하는듯해 보였다. 마지막회 방송을 지켜보면서 “해방감이 있어서 편하게 봤어요”라며 웃었다.
“촬영 첫 날부터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수애 선배님도 제게 ‘너랑 하니까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고 하셨죠. 그런 이야기 들으니까 더 신나서 연기했던 것 같습니다. (웃음) 드라마가 보통 극 후반부로 갈수록 대본이 늦게 나오는데 수애 선배님과 저는 대본을 한 시간, 혹은 전날에 받아도 리허설을 조금만 맞춰보면 알게 모르게 잘 맞더라고요. 그래서 수애 선배님과 할 때는 감정신 때문에 NG가 많이 나거나 시간을 끈다거나 하는 건 없었어요. 편안하고 되게 좋았죠. 수애 선배님께서 저를 생각하셔서 애 써주신 건지도 모르겠어요. (웃음) 처음 키스신을 약하게 찍었는데, 처음엔 정말 부끄럽더라고요. 내용상 키스할 타이밍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NG도 꽤 냈죠.(웃음) 스탭분들이 일부러 내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시기도 했는데 제가 그랬죠. 일부러 내면 어떠냐고요. 하하하.”
수애와의 호흡도 호흡이지만, 김영광은 ‘우사남’에서 절친 배우 이수혁과 함께 출연했다. 워낙 허물없는 사이기 때문에 연기를 할 때마다 웃었다고.
“오래된 사이라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아도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웃기더라고요. 수혁이가 진지하게 연기할 때면 정말 웃겨요. 그래서 촬영 끝날 때까지 많이 웃었던 것 같아요. (웃음) NG도 덕봉이(이수혁 분)가 나오면 많았었던 것 같아요.”
절친 이수혁과, 호흡이 잘 맞았던 상대배우 수애와의 촬영 현장은 늘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우사남’의 시청률은 사실 기대에 못 미치는 아쉬운 성적표였다.
“계속 아쉽긴 했어요. 그래도 좋았어요. 시청률은 제가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운인 것 같아요. 그래도 좋았던 건 이 드라마가 굉장히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끝나서 저로서는 굉장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작품이 제게 좋은 역할을 해준 것 같고, 좋은 작품을 즐겁게 촬영한 걸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웃음)”
이렇듯 김영광은 늘 긍정적이었다. 이런 긍정적인 에너지는 연기 성장으로 이어졌다. 사실 과거엔 연기력 논란에 휩싸인 적이 스스로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비로소 김영광의 연기는 ‘우사남’을 통해 빛을 발했다. 연기 호평에 대해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더불어 선배 배우 수애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저는 굉장히 기분 좋고 뿌듯해요. 그런 칭찬을 안 받았었는데, 수애 선배님의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워낙 호흡을 잘 이끌어 주셨기 때문이에요.”
그의 연기 성장 터닝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 김영광은 과거 재난 드라마 JTBC ‘디데이’에 대해 언급했다.
“‘디데이’ 때는 정말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거의 5~6달 동안 디데이에 몰입했고 준비를 했죠. 아무래도 연기적인 부분에 대해서 좋게 이야기가 나왔던 때가 ‘디데이’ 부터였던 것 같아요.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는 더욱 성실하게 연기에 임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좋은 연기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사남’ 촬영으로 쉼없이 달려온 지난 3개월. 김영광은 휴식기 동안 무얼 하고 싶을까.
“제가 ‘우사남’ 촬영하는 동안 집이 너무 지저분해졌더라고요. 그래서 집 정리를 할 생각이에요.(웃음) 세 달 동안 촬영 스케줄이 있다 보니 집을 잠자는 용도로만 썼거든요.(웃음) 집이 점점 지저분해지고 물건도 다 널브러져있어서 끝날 때쯤 되니까 집이 꼴보기 싫어지더라고요. 하하하. 치울 건 치우고 옷장 정리도 해야하고, 집 정리를 좀 하려고 해요.(웃음)”
김영광은 솔직하고 과감했다. 그렇다보니 인터뷰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이야기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모델 출신 배우다보니 김우빈, 이수혁, 홍종현, 성준 등과 같이 모델일을 했던 배우들과는 매우 친하다. 그리고 이들 중 과거 공개 열애를 했거나, 현재 공개 열애중인 이들을 향해 솔직한 생각을 어필하기도 했다.
“사실 왜 그러는지(공개 열애를 하는) 모르겠어요. (웃음) 저는 공개 열애를 하고 싶지 않거든요. 지금 연애를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공개 열애는 힘들 것 같아요. 그 부분은 굉장히 개인적인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같은 직업이든 아니들 상대방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가 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저는 절대 안 들킬 수 있어요. 하하하. 결혼을 약속하고 상대방도 그렇고 결혼까지 가는 상황이 되면 그땐 공개 열애를 할지 몰라도, 그 전엔 절대 공개 열애 하고 싶지 않아요.”
김영광은 내년 초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 전까지도 새로운 작품에 대한 욕심은 있었다.
“지난해까지는 거의 일을 계속 했어요. 쉬지 않고 일하는 걸 좋아했죠. 드라마를 할 때마다 작품이 다르긴 한데 끝날 때 마무리에 대한 부분이 이번처럼 밝고 긍정적이라면 빨리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쳐지고 힘들었던 드라마를 하고 나서는 쉬고 싶단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김영광에게 2016년은 어떤 해였을까. 그는 “나름 괜찮았던 한해”라고 정의했다.
“사실 올해 초에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뭐가 안돼서 6개월 정도 쉬었죠. 그러다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와 ‘우사남’까지 했는데 내년에도 잘 될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고호’나 ‘우사남’이 시청자분들께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내년에도 쭉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기분이 들어요. 내년에도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웃음)”
올해는 브라운관에서 활약했다면 내년에는 스크린에서도 만날 수 있다. 그는 내년 초 영화 ‘원더풀 라이프’(가제)에서 배우 마동석과 함께 출연한다. 사실 그를 스크린에서 만나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 속내에는 많은 작품으로 대중들을 만나고 싶었던 그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긴 한데, 영화는 하나를 하게 되면 시간을 들여서 나름대로 6개월에서 1년 정도 생각해야하는 부분이 있죠. 예전엔 일을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에 영화보다는 드라마에 치중했고요. 그래도 영화는 항상 하려고 했고, 좋은 작품 있으면 하고 싶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좋은 시나리오가 있으면 바로 할 생각입니다. 둘 다 하고 싶은 게 모든 배우들의 바람이잖아요. 영화나 드라마 둘 다 잘하고 싶어요.”
김영광은 도전하는 걸 좋아했다. 어디에도 없던 캐릭터를 연기하며 새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을 즐겼다. 연기에 임하는 자세는 늘 진지한 그다.
“다음에도 새로운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디데이’ 때는 재난 드라마였고, 재난에 맞서는 의사 캐릭터였는데 이번 ‘우사남’도 연하남이지만 새 아버지 역하도 하기 때문에 무척 새로웠죠. 예시들이 없는 새로운 캐릭터나 장르나 그런 연기를 하고 싶어요. 물론 그런 것만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확실히 새로운 캐릭터가 독특하고 재밌더라고요. 만들어내는 과정도 즐겁고요.”
김영광에게 물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그는 “철학적인 질문이네요”라며 웃었다.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지만 사실 어떤 배우가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 역시 그것에 대해서는 기대를 하면서 열심히 일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딱히 뭐라고 말씀드리긴 뭐한 것 같아요. 예전엔 정확하게 이야기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어려운 것 같아요.”
확고한 신념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김영광은 중심이 서 있는 배우였다. 자신이 무얼 해야하는지 알았고, 스스로 발전시켜온 배우다. 천천히 피운 꽃은 향기도 짙다. 모델부터 시작해 연예계에 발을 들여 놓은지도 어느덧 10년. 30대를 시작한 김영광의 10년 뒤가 또 한 번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