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친박당’에 與 분당 기로·與野政 협치 최대 분수령…‘키는 비대위’
2016-12-18 17:15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분당 기로에 선 새누리당의 운명에 따라 대선발(發) 정계개편과 여·야·정 협의체 등의 순항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포스트 정진석’ 체제에 친박(친박근혜)계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했다. 정치적으로 탄핵당한 ‘폐족’ 친박계가 다시 전면에 나서면서 새누리당이 ‘도로 친박당’으로 전락한 셈이다. 여권 분열의 1차 분수령인 ‘새 비상대책위원장 선출’이 여권의 대규모 탈당 및 여·야·정 협의체 순항의 변곡점이라는 얘기다.
◆與 분당 키는 ‘유승민’…親朴 2선 후퇴 변수
유 전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직후 “상당히 실망스러운 결과”라며 거취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지만, 당장 탈당을 감행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새누리당 비대위 구성이 남았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도 같은 날 부산 영도에서 가진 핵심 당원과의 송년회에서 탈당 여부에 대해 “일주일가량 신중하게 고민한 후 최종 결심하겠다”고 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에 따라 여권 비대위 구성이 새누리당 분당 및 여권발 정계개편의 1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과 좌장인 최경환 의원은 비대위원장 인선 및 비대위 권한 등에 관한 논의에 착수했다. 이들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다수 의원의 의사가 확인된 만큼, 비대위 구성도 밀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 안팎에선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비롯해 김황식 전 국무총리,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조순형 전 의원 등이 자의 반 타의 반 거론된다. 친박계가 추천한 인사와 비박계 인사를 공동 비대위원장으로 묶는 방안이 유력하다. 일종의 안전장치를 만들어 비박계의 ‘친박 청산’을 막으려는 의도다.
◆고심 빠진 비박계…與野政 협의체도 냉각기
비박계는 고심에 빠졌다. 비박계 일각에선 주호영 의원을 대안으로 거론하지만, 투톱인 김 전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김 전 대표는 친박계의 비대위원장 의사 타진을 거절했다. 남은 카드는 ‘유승민이냐, 플랜 B냐’로 압축된 셈이다.
이에 유 전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발표를 내고 “당 개혁의 전권을 행사하는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다면 본 의원은 기꺼이 그 독배를 마실 각오가 돼 있다”면서도 “전권을 행사하는 비대위원장이 아니라면 본 의원은 그 어떠한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말한다”고 말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키는 유 전 원내대표다. 비대위원장 선출이 비박계 인물로 되지 않을 경우에 다시 한 번 이탈의 기회가 생길 것”이라면서도 “비박계의 대규모 탈당은 김 전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의 지속적인 공동 행보가 수반돼야 한다. 지금은 ‘당 재건론’과 ‘신당 창당론’이 부딪히면서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주류에선 비대위원장 추천권은 물론, 비대위원 지명권의 3분의 2 이상 행사를 통한 실질적인 당무 권한 행사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의 ‘나갈 테면 나가라’는 행보에 ‘친박계의 2선 후퇴’를 요구한 것이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비박계의 대규모 탈당은 쉽지 않겠지만, 분당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애초 오는 21일로 예정된 전국위가 개최 때까지 물밑에서 비대위 구성을 둘러싸고 ‘일리면 죽는다’라는 각오로 사생결단 승부를 갈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친박계 원내지도부 출범으로 여·야·정 협의체 가동도 올스톱됐다. 야당은 “친박계는 협상의 카운터파트너가 아니다”라며 대화 거부를 못 박았다. 앞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정당별 회동’ 역제안으로 헛바퀴 덜던 협치가 루비콘 강을 넘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윤 센터장은 “친박계가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수용성 여부가 여·야·정 협의체 순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당분간 여·야·정 협의체 냉각기가 불가피하지만, 그 시기가 길면 안 된다. 야당도 이참에 주도권을 잡고 수권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