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유동화 "특례는 누리고, 감독은 깜깜"…법 개정 주장 제기
2016-12-16 19:46
춘천 소재 H 도시개발사업…자산유동화 입법 취지 교묘히 이용 영업행태로 피해 주장
아주경제 박범천 기자 = 정부가 주택금융 기반 확충을 위해 제정한 자산유동화 관련 법규의 허점을 이용한 사례가 발견돼 주의가 요구된다.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은 금융기관과 일반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해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주택자금의 안정적인 공급을 통해 주택금융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제정됐다.
자산유동화의 장점 중 하나는 농지근저당권경매 특혜, 주택채권 매입 제외 등 다양한 특례에 있다. 토지가액이 500억 원인 국민주택채권의 경우 4.5~5%인 25억 원 가량의 세금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하지만 투자자의 참여 장려를 위해 마련한 장점만을 취하고 허점을 노린 영업행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투자자 손실 예방을 위한 법개정의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춘천 소재 H 도시개발사업의 경우 수익을 올리기 위해 사업정상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산유동화 입법 취지를 교묘히 이용한 영업행태로 피해를 보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신F&I는 지난해 7월 10일 금융위원회에 에프피에프1507유동화전문유한회사 등록을 신청, 설립됐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7월 3일 NH투자증권 등 자산보유자와 자산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대신F&I는 7월 27일 에프피에프1507유동화전문유한회사와 자산매매계약의 양도 및 양수계약을 체결했고, 지분 49.9%를 투자해 부동산 분양 대행업체인 DHC개발을 설립, 채권을 매입토록 했다.
대신F&I와 에이치비어드바이저스는 이 과정에서 “145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대신F&I는 자산보유자로부터 182억 원에 NPL채권을 매입했고, DHC개발은 부동산을 경공매해 327억 원으로 채권가격을 높였다. 현재 부동산개발업계에서는 500억 원에 매물로 내 놓았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호가대로 거래가 성사될 경우 320억 원의 차익을 올리게 된다.
문제는 춘천 소재 B도시개발사업의 경우 사업시행자가 11년 간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인가를 받고 대형건설사의 시공참여의향서를 받는 등 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시공사나 금융기관의 도움 없이 지구단위용역, 지질조사, 토목설계, 토지재산세와 건축설계비 등을 지급하면서 사업정상화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대신F&I가 해당 채권을 500억 원에 거래할 경우 사업성 결여로 추진 자체가 어려워진다. 결국 수익을 노린 대신F&I가 도시개발사업의 발목을 잡게 되는 셈이다.
H 도시개발사업 관계자는 대신F&I 이러한 행위에 대해 “상당한 수익성이 보장되는 것으로 판명되자 이미 매매계약까지 체결돼 처분된 자산을 유동화법을 활용해 처분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대신F&I가 유동화전문회사 역할을 하면서 규제를 피하고 편의성과 혜택을 누린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신F&I 모기업인 대신증권그룹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일”이라며 “(도시개발사업 건은) 자회사를 통해 매각한 것으로 이후 매매가액은 시장에서 결정될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 “대신F&I가 별도로 투자한 대부업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채권추심은 외부 신용정보회사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NPL(부실채권)을 싸게 사서 이익을 남기고 파는 일을 하는 대신F&I는 유동화자산을 수탁해 관리하는 대신AMC를 자회자로 두고 있다. 대신F&I의 NPL 매수와 매각 과정은 100% 자회사인 유동화전문유한회사를 설립한 후 이를 기초로 발행된 유동화증권을 매입하고 유동화전문유한회사는 대신AMC에 위탁·관리를 맡기게 된다.
대신F&I 등이 설립한 DHC(디에이치씨개발)은 부동산 분양 대행과 주택건설, 택지조성 등을 담당하며 임원 이 모씨가 H대부, D대부, C대부 등 여러 대부업체의 임원을 맡고 있다. 이들 대부업체들이 채권 추심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대신F&I가 NPL을 조기에 유동화 하기 위해 유동화전문유한회사인 대신AMC를 자회사로 두고 다양한 대부업체를 관계회사로 거느리는 방식으로 채권추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영업 행태를 갖춘 대신F&I는 상장법인으로 금융회사가 아니다. 상장법인도 자산유동화가 가능하지만 금융회사처럼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는 것은 아니어서 자산유동화에 유리한 입장이다. 또 직접 채권추심을 하지 않고 자회사인 대신AMC에 위탁하고 있어 대부업법도 회피할 수 있다. 결국 유동화법이 보장한 특례는 보장을 받으면서도 금융감독원이나 지자체 등 대부업체에 대한 감독도 피할 수 있는 장점을 최대로 활용한 영업방식으로 보인다.
관계당국은 이러한 대신 F&I의 영업 행태로 인해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해도 현재로서는 마땅한 제재방법이 없다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신F&I 모기업인 대신증권그룹 관계자는 “자산유동화 관련 특례를 받은 것은 하나도 없다”며, “자산유동을 포함해 통상적인 사업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된 사업으로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 관계자는 “대부업의 양태를 보이지만 상법상 회사가 유동화법으로 NPL을 처리하는 것으로 대부업법을 피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면서 “입법 당시 상정하지 않았던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보여 꼼꼼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민의당 김관영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입법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현실에서 법망을 피하려는 사례가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아직 사례가 많지 않지만 향후 더 많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 H 도시개발사업 관계자는 “유동화전문회사가 양수 채권에 대한 이해관계인으로부터 합리적인 매수제안을 거부한 채 사업권 등 양수채권을 초과하는 이권을 추가로 취득하려는 행위는 법률이나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통해 규제할 필요가 있다”며 “유동화법의 입법취지는 살리더라도 일부 탐욕스런 유동화전문회사의 배만 불리는 제도로 악용되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감독강화와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대신증권이 모회사인 대신 F&I는 전년 동기 매출보다 12.3%가 늘어난 1411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대신F&I는 9월 말 기준 2조100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해 대신증권 편입일인 지난 2014년 9월 말 1조4000억 원의 보유액 보다 자산이 7000억 원이나 늘어났다.
부실채권(NPL)시장은 올해 2분기 말 30조4000억 원을 기록하며 증가추세다. 향후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으로 특히 금리인상이 가시화 되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채무자가 증가해 부실채권(NPL) 시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피해 예방을 위한 관련당국의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