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 '정호성 녹음파일' 등 분석 준비...헌재, '탄핵심판' 증거조사 방법 논의

2016-12-13 13:57

윤석열 특검 수사팀장이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 헌법재판소가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공범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본격 변론 개시에 앞서 증거조사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본격 논의를 시작했다.

증거조사 절차는 향후 탄핵심판 결론의 향방을 결정하는 핵심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씨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 기록을 분석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휴대폰 등 물증 분석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헌재는 13일 전체 재판관회의를 열고 탄핵심판 증거조사의 절차와 방법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증거조사 절차에는 당사자 및 증인 신문과 증거자료 검토 등이 포함된다.

증거조사는 재판관의 심증 형성을 위해 법정 절차에 따라 인적·물적 증거의 내용을 인식·판단하는 행위다.

당사자의 증거 신청 및 이를 헌재가 받아들일지 따져보는 채부결정, 증인 출석 요구, 문서 송부촉탁 등이 포함된다.

헌법재판소법은 헌재가 사건 심리에 필요한 경우 직권으로 당사자 및 증인 신문, 증거자료의 제출 요구·감정 등의 증거조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당사자들이 증거자료를 제출할 수도 있다.

증거는 대통령과 소추위원인 법사위원장이 모두 동의해야 심판에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는 '증거능력'을 갖추게 된다. 한쪽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증인 신문 절차를 거쳐 증거능력 여부를 따져야 한다.

조만간 증거조사 전담 재판관도 지정될 전망이다. 증거조사 전담 재판관은 재판장(헌재소장)의 지정을 받아 당사자·증인 신문과 서류증거 조사, 감정·검증 등 각종 증거조사 업무를 맡게 된다.

헌재는 또 심리절차 보안 강화를 위해 연내에 박한철 소장과 강일원 주심 재판관 집무실에 도·감청 방지시설을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헌재는 신속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다음 달로 예정됐던 '아시아 헌법재판소 연합' 상설사무국 개설 개념 심포지엄을 내년 하반기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특검팀은 이날 사무실이 있는 서울 대치동 D 빌딩에서 물증 분석을 위한 장비를 계속해 들여놓고 있다.

PC, 노트북,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에 남아 있는 정보를 분석하는 데 쓰이는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 장비를 사무실에 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디지털 포렌식 장비 여러 대를 D 빌딩 사무실에 설치했다.

디지털 포렌식이란 전자기기 등의 디지털 정보를 수집·추출, 복구, 분석해 범죄 단서와 증거를 찾아내는 첨단 과학수사 기법을 말한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수사에 대비해 디지털 장비의 데이터를 삭제해도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범인이 증거 인멸을 위해 디지털 장비를 파손하는 등 물리적인 변화를 가하기도 한다.

디지털 포렌식은 작년 3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에서도 범인 김기종 씨의 PC 분석작업을 통해 그가 범행을 사전 모의한 정황을 포착해냈다.

특검팀이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갖춘 것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의 핵심 증거 자료들이 디지털 장비에 남아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대표적인 게 최순실 씨의 태블릿 PC다. 검찰이 확보한 최 씨의 태블릿 PC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과 같은 데이터가 남아 있었고 이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 증거가 됐다.

최씨와 정 전 비서관, 박근혜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의 통화 내용이 담긴 '정호성 녹음파일'도 정 씨의 스마트폰과 폴더폰 등 디지털 장비에 남아 있었다.

이들 녹음파일은 특검 수사에서도 최순실 국정농단의 실체를 규명하는 핵심 자료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이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동원해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물증을 직접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검찰에서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증거가 나올 수도 있다.

검찰 수사 기록을 대치동 사무실로 모두 옮긴 특검팀은 검찰이 인계한 물증 분석작업도 이곳에서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