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窓] 트럼프 vs 옐런

2016-12-13 10:49

 

[이수완 글로벌 에디터]

[이수완 글로벌 에디터]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의장은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불리운다. 재닛 옐런(70)은 2014년 2월 유리천장 뚫기에 성공해 연준 100년 역사상 최초로 여성 의장이 되었다. 직설적인 화법과 적극적인 시장개입으로 잘 알려진 벤 버냉키 전 의장 처럼 그녀는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경제예측력에서 매보다 날카로운 눈을 가졌다는 평판과 함께 ‘조용한 카리스마’로 통화정책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유세 과정에서 버락 오바마 현 정부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돕기 위해 연준이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해왔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지난 9월 1차 대선주자 토론에서 그는 옐런이 "클린턴 전 국무장관보다 더욱 정치적이다"라고 공격했다. 때문에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옐런이 사표를 던질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7일 옐런 의장은 대선 뒤 처음으로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남은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는 게 나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말하고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경제적인 판단에 따라 소신있게 통화정책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연준 의장의 임기는 4년으로 옐런이 자진해서 사표를 내지 않는 한 2018년 2월까지 임기가 보장된다. 

옐런 의장의 호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미 연준의 앞날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미국 경제정책의 중심축이 통화에서 재정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옐런 의장은 그동안 인플레이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실업문제 해결과 고용을 중시하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 호전을 볼 때 연준이 이번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 주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은 12월 미국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신흥국으로 유입되었던 외국인 자금이 대거 미국으로 몰리면서 주식과 채권 수익률, 달러화의 강세가 이어졌다.    

이제 시장의 관심사는 이번 주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가 아니라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 방안이다. 15일 새벽 (한국시간) FOMC 회의 종료 후 정책위원들의  향후 금리인상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dot chart)와 기자회견에서 내놓을 옐런 의장이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정치적인 리스크 때문에 트럼프 시대 연준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제시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은 트럼프가 연준을 통제할 것인지 여부다. 자신이 공언한 대로 대규모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등을 통한 경기진작 정책이 발생시킬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해 연준이 금리를 높일 경우, 반대 압력을 넣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1970년대 초 닉슨 대통령은 대규모 정부지출과 석유파동 등으로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한데도 자신의 재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당시 연준 의장이며 친구인 아더 번스로 하여금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무리하게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도록 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성을 부여 받았던 연준은 번스가 연준의장이 되고는 독립성이 크게 잃은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닉슨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 당선인의 금리에 대한 발언은 일관성이 부족하다. 선거 유세 중 그는 저금리를 선호한다며 옐런 의장이 일을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옐렌이 저금리 정책으로 금융 버블을 야기했다고 비난하며 자신은 인플레이션을 잡고 저축인을 돕기 위해 고금리가 필요하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최근 연방준비제도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정책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 5일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준총재와 시카고 연준총재 등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나친 부양정책은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향후 경제 방향에 대한 논쟁이 연준 내에서 계속되고 있다.  옐런과 트럼프의 '기싸움' 에서 누가 승리하느냐 여부에 따라 향후 세계 경제 향방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