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세력 '연결고리' 그림자 속 박삼구 회장, 점점 커지는 의혹
2016-12-13 06:00
-박 회장 "공식행사에서만 만나, 김 전 차관 잘 모르는 사이"
-박 회장, 한방위원장 위촉 이후 그룹 계열사 기부 대거 늘어
-박 회장, 한방위원장 위촉 이후 그룹 계열사 기부 대거 늘어
아주경제 윤태구·이소현·윤정훈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한국방문위원회(이하 방문위)가 '국정농단 세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최순실이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심어놓은 핵심 실세 중 한 명으로, 사실상 최씨의 하수인 노릇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전 2차관과의 연결고리 때문이다.
특히나 박 회장은 계열사 11곳을 통해 방문위에 기부금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방문위는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김 전 차관이 이사직을 맡고 있던 곳인데다 당시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절이어서 관련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방문위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관광공사의 재단법인으로, 정부의 행정력과 민간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한국관광산업 내 유일한 민관협력 공공기관이다. 본래 재단법인 한국방문의해위원회라는 이름을 가지고 잇었지만 2013년 7월 재단법인 한국방문위원회로 재출범했다.
문제는 김 전 차관이 방문위에 합류하면서 달라진 기업들의 태도와 늘어난 기부금 규모다.
하지만 이듬해에는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호텔롯데, 신세계, 한국면세점협회, 현대자동차 등 12곳에서 약 14억2000만원을 기부했다. 올 들어서는 현재까지 이보다 11곳 늘어난 23곳에 달했다.
국가보조금도 크게 증액됐다. 방문위가 받은 국가보조금은 지난해 약 80억3000만원으로 전년 46억원 대비 약 75% 증액돼 김 전 차관의 위력을 가늠케 했다.
◆ 박삼구 회장, 계열사 총 동원 '기부&테이크'?
박 회장은 김 전 차관이 이사로 선임된 지 1년여 뒤인 지난해 7월 방문위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당시는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기위해 고군분투하던 시기여서 눈길을 끈다.
특히 박 회장이 방문위 위원장이 된 후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이 대거 지원에 나선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해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IDT, 금호터미널, 금호고속, 아시아나에어포스, 아시아나개발, 금호산업, 금호리조트, 에어부산, 금호타이어 등 11개사가 이곳에 기부금을 냈다.
이런 가운데 박 회장은 위원장으로 선임된 지 두 달 뒤인 작년 9월 금호산업 인수를 대내외에 공표했으며, 같은해 12월 인수를 마무리지었다.
박 회장은 김 전 차관과의 관계에 대해 단지 공적 만남에 불과했다며 선을 그었다. 이날 아주경제와 만난 박 회장은 김 전 차관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방문위) 공식행사에서만 봤지, 개별적으로 회의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 "(김 전 차관이 방문위) 이사가 맞는지 아닌지도 모른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박 회장이 김 전 차관이 방문위 이사였는지조차 몰랐다고 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방문위원장직은 비상근직이지만 월 1회 정기적으로 전체 업무 보고를 받는다. 특히 박 회장은 방문위 위원장직을 수행하면서 김 전 차관과 함께 한중우호 활동을 비롯한 국내외 다양한 행사에서 함께 얼굴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후에도 박 회장은 김 전 차관과 함께 여러 사업을 진행했다. 대표적인 것이 친절문화 확산을 위한 K스마일 캠페인과 체류형 버스자유여행상품인 K트래블 버스 운영, 대중교통과 다양한 관광지 할인혜택을 연계한 외국인전용 교통카드인 K투어카드. 하지만 사업들을 진행하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2015년 9월에 공고를 낸 '2016-2018 한국방문의해 개막프로그램 용역 입찰'의 경우 사업예산만 7억4000만원에 달하는 사업이지만 공고를 낸 이후 일주일 후 제안서를 받는 등 졸속 처리해 업계의 불만을 산 바 있다. K트래블 버스 역시 홍보 미비와 사업 타당성 검증 부족 등 무리한 운영으로 이용객수가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한편 방문위는 최근까지 이사진 명단에 올라있던 김 전 차관의 이름을 지우고 유동훈 문체부 제2차관의 이름을 올리며 '김종 지우기'에 나섰다. 심지어 홈페이지 검색 기능을 통해서도 '김종'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