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띄우는 사우디 '석유이후 미래' 염두

2016-12-12 14:51
유가 상승 통한 자금 마련으로 탈석유 시대 기반 준비
소프트뱅크 등과 손잡고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에 투자

[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세계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유가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주말 사우디가 OPEC에서의 합의보다 더 많이 감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하면서 국제유가의 상승세는 더욱 힘을 받고 있다. 

12일 아시아 거래가 시작되면서 유가는 5% 넘게 뛰었다. 지난 주말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비OPEC이 2001년 이후 처음으로 감산에 합의한 데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유가 상승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유가는 배럴 당 6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유가상승의 1등 공신은 사우디 아라비아로 꼽힌다. 사우디가 이처럼 적극적인 유가 떠받치기에 나서는 이유는 바로 '탈석유'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우디의 왕위 계승 서열 2위이자 실세로 불리는 모하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부왕세자는 지난 4월 향후 15년간 사우디의 경제 개발을 이끌 ‘비전 2030’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계획의 핵심은 2조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의 조성이다. 사우디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지분 5% 미만을 기업공개(IPO)로 일반 주주들에게 매각해 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람코의 지분 매각 대금은 2조∼2조5000억달러(약 2296조~2870조원)로 추산하고 있다. 유가가 계속 곤두박질 칠 경우 아람코의 상장은 훨씬 더 낮은 가격에서 이뤄지며, 그만큼 사우디의 자금 확보도 힘들어지게 된다. 최근 사우디가 이른바 '통큰 양보'까지 하면서 유가 상승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사우디는 국부펀드를 통해  이미 활발한 투자 활동을 벌이고 있다. UAE의 부동산 재벌 무함마드 알라바르와 전자상거래 업체 ‘눈’(noon)' 립에도 나서 미래 전자상거래 산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최근 소프트뱅크가 미국의 스타트업 투자와 함께 5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협상 뒤에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소프트뱅크가 함께 조성한 세계 최대 기술펀드인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있다. 이 펀드는 최근 영국 런던에 본사를 마련하면서 적극적 행보에 나섰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10월 사우디 국부펀드와 1000억달러 규모 조성계획을 밝혔으며, 이 펀드는 5년 동안 소프트뱅크로부터 250억달러를 투자받고, 사우디 국부펀드도 같은 기간 내 450억 달러를 투입한다. 이들은 앞으로 5년동안 매년 200억달러를 테크 관련 기업에 투자하면서 규모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