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의 쓰린 ‘성장통’…코치와 결별 뒤 ‘폭로전’ 휩싸여

2016-12-12 00:10

[리우 올림픽에 출전했던 리디아 고.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19·뉴질랜드)가 부진했던 2016시즌을 마친 뒤 구설수에 올랐다. 최근 해고된 베테랑 스윙코치 데이비드 레드베터(64·영국)가 리디아 고의 부모의 지나친 간섭을 지적하는 폭로전을 벌이며 논란을 부추겼다.

리디아 고는 올해의 선수, 상금왕, 최저타수상을 모두 놓치며 ‘무관’에 그친 올 시즌을 끝으로 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10월 캐디 제이슨 해밀턴을 갑자기 해고했고, 시즌 직후 클럽을 캘러웨이에서 PXG로 교체하기로 했다. 이어 8일(한국시간) 레드베터 코치와도 결별했다. 이를 두고 레드베터는 “갑자기 ‘3C’를 모두 바꿨다”며 쓴 소리를 남겼다.

레드베터는 지난 2013년 12월부터 리디아 고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리디아 고의 스윙에 큰 영향을 끼친 코치다. 리디아 고와 결별 전부터 레드베터와 불협화음을 일으킨 것은 ‘A스윙’이다. 레드베터는 리디아 고의 스윙을 자신이 추구하는 ‘A스윙’으로 바꿔 놓았다. 이에 대해 골프 전문가들은 “리디아 고와 A스윙은 맞지 않는다. 왜 원래 갖고 있던 좋은 스윙을 바꿔야 하는가”라며 의문점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레드베터의 생각은 달랐다. 리디아 고의 올 시즌 부진 이유를 ‘부모의 간섭’으로 꼽았다. 레드베터는 해고 이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홈페이지 등 외신과 인터뷰를 통해 “리디아 고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부모들은 좋은 사람들이지만, 간섭이 지나치다. 그들은 골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리디아 고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생과 골프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올해 리디아 고의 신변 변화에 대부분을 스스로 결정한 것이 아닌 아버지의 결정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레드베터는 심지어 “시즌 종료 3주를 남기고 캐디를 갑자기 해고한 것은 ‘미친 결정’이었다”면서 “리디아 고의 스윙은 리우 올림픽 이후 매우 나빠졌는데, 누군가 조언을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리디아 고는 내년 스무 살에 접어든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골프 신동’으로 불렸던 그가 골프 인생의 첫 번째 전환점을 맞는 시기다. 큰 변화의 시도는 의미가 크다.

레드베터의 주장은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은 것에 대한 섭섭함에서 나온 폭로일 수 있다. 하지만 올 시즌 부진과 맞물려 ‘모든 것을 바꾼’ 성급한 행보를 걷고 있는 리디아 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리디아 고는 우승에 대한 압박과 부담 없이 골프 경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 선수다. 하지만 최근 리디아 고는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의 노출이 커졌다. 어린 나이에 세계랭킹 1위를 거머쥔 리디아 고가 극복해야 할 성장통이다.

리디아 고도 결별한 레드베터의 마지막 조언은 새길 필요가 있다. 레드베터는 “리디아 고의 부모는 딸이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하길 바란다. 리디아 고는 지쳤다”며 “이젠 인생과 골프에 대해 스스로 결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