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무상보증 기간 확대 바람...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 독될 수도”
2016-12-12 07:52
아주경제 유진희 기자 = 가전업계가 무상보증 기간을 일시적 또는 장기적으로 늘리는 이벤트를 확대하고 있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프리미엄 전략’의 일환이다.
11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자사의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싸이킹’의 배터리 무상보증 기간을 1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1월 5일까지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LG전자는 올해 하반기에 선보인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핸디스틱 터보’의 경우 핵심부품인 ‘스마트 인버터 모터’에 대해 무상보증 기간을 출시부터 10년으로 못 박은 바 있다.
이들은 지난 6월에도 한 달간 2016년형 ‘퀀텀닷 디스플레이 SUHD TV’를 구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5년 무상보증 이벤트’를 실시한 바 있다. 일반적인 무상보증 혜택기간은 TV 패널의 경우 2년, 메인보드 등 기타 부품은 1년 정도로 5년은 이례적이다.
이 같은 가전업체의 무상보증 기간 연장은 최근 1~2년 새 부쩍 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가정용 에어컨과 제습기의 ‘인버터 컴프레서’의 무상보증 기간을 10년으로 확대했다. 종전에는 각각 4년과 3년이었다. 같은 해 LG전자 또한 에어컨과 제습기의 인버터 컴프레서의 무상보증 기간을 4년에서 10년으로 늘렸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이전에는 없었던 기술들이 최근 가전제품에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며 “이에 해당 기업들은 소비자 신뢰확보를 위해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최고나 최상’이라는 실체 없는 말보다 ‘무상보증확대’라는 기술에 대한 확신을 내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가전업계의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상보증 기간의 확대가 결국 소비자와 기업에 모두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교환이나 부품보관 비용이 늘어나 부담이 증가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제품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생활가전 4종(세탁기·일반냉장고·김치냉장고·에어컨)의 개당 평균 구매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평균 9%의 증가율을 보였다. 최근 몇 년간 물가상승률이 1%대에 머물렀던 것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전제품의 가격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원자재 비용의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지만 무상보증 기간의 확대도 일정부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며 “국내 업체들의 프리미엄 전략만 고수해 무분별하게 무상보증 기간을 확대하면 결국 제 발에 도끼를 찍는 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른 가전제품의 무상보증 기간은 제품이나 부품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보통 1년에서 3년 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