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청문회] 총수들 대가성 없다… 이재용 부회장 집중 포화

2016-12-06 14:32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회장들이 김성태 위원장이 두드리는 의사봉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주경제 양성모·박선미·유진희 기자 = “미르와 K스포츠 재단과 관련한 청와대의 요청을 기업이 거절하기 어려웠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선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GS그룹 회장)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자금출연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이날 재계 총수들은 모두 재단 설립 지원에 대해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6일 오전 열린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정특위)에서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설립과 관련해 기업들의 대가성 여부를 규명하는데 집중됐다. 이외에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최순실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여부도 집중 추궁됐다.

이날 청문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모두 9명의 총수가 출석한 역대급 청문회로 진행됐다.

이날 관심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쏠렸다. 전체 질문의 80%가 이 부회장에게 쏠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은 이날 재단 지원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모르지만 금액을 지원한 것은 맞다”면서 “대가성이 없으며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과의 독대에 대해서도 “창조경제혁신센터 행사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과 30~40분 간 대화를 했다”면서 “당시 (대통령께서)창조경제혁신센터 활동을 더 열심히 해달라고 했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과 휴대폰 사업, 국내 투자 현황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재벌도 공범이라는 여론을)준엄하게 받아들이고 반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경솔했던 일이 많다. 압력이든 강요든 철저히 좋은 회사의 모습으로 만들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삼성물산 합병이 승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부회장은 “삼성 계열사들의 국민연금 투자를 제일 높이 받고 있다”며 “합병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임직원들이 열심히 뛰었다. 합병의 타당성을 묻는 것은 제고를 해달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70억원 추가 지원 결정이 검찰의 수사 무마용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자금 출연이 자발적이었느냐는 질문에 “기업별로 할당을 받은 만큼 낸 것으로 대가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출연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한류나 스포츠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높이면 경제에 도움된다고 말씀하셔서 정부가 뭔가 추진하는데 민간차원에서 협조를 바라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며 대가성을 부인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최씨를 만났냐고 묻자 “만난 적이 없다”고 대답한 뒤 삼청동의 한 이태리 식당에서 만났다고 하는데 만난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도 “전혀 없다”고 재차 부인했다.

이날 삼성그룹은 전경련 탈퇴를 공식화 했다.

이날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전경련 해체에 이재용 회장이 앞장서달라. 삼성그룹이 전경련에 기부금 내는것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하라”고 촉구한데 대해 이 부회장은 “그러겠다”고 답해 전경련에 납부하는 회비 납부 중단을 공식화 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전경련 활동 중단을 알렸으며 회비 납부까지 끊게 되면서 사실상 전경련 탈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연간 400여억원에 달하는 회비 대부분을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에서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삼성그룹의 지원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삼성그룹의 탈퇴로 전경련 해체론이 다시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문회는 피해자로 명시된 기업인들에게 고성과 지나친 사과 요구 등으로 옛 구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도 보였다.

일부 의원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이라는 여론에 동의하냐는 다소 지나친 질문과 사과하라는 요구에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이 부회장은 “재벌도 공범이란 여론에 반성하고 있다”고 말한 이 부회장은 정경유착에 꼬리를 끊겠냐는 물음에는 “압력이든 강요에든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