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예 배우 신지훈, 단단하고 굳건하게

2016-12-06 00:01

배우 신지훈 [사진=테스피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대게 한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대중들의 눈에 띄기란 쉽지 않다. 특히 일일드라마와 같은 긴 호흡으로 이뤄지는 수많은 연기자들이 출연하는 작품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별난 가족’의 신지훈만큼은 달랐다. 극중 일도 사랑도 강단있게 지켜나가는 기업 후계자 ‘설동탁’ 역을 맡은 배우 신지훈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에는 딱 7개월이면 충분했다.

신인이었던 그를 부쩍 성장시킨 ‘별난 가족’ 종영 후 만난 신지훈의 얼굴에서는 만감이 교차한 표정이었다.

“드라마 종영 후에도 실감나지 않아요. 여전히 촬영 스케줄이 있어야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촬영장을 가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랄까요. 아쉬움이 정말 커요. 긴 호흡의 작품을 하면서 나중에 끝날 때 웃고 있을까. 어떻게 하고 있을까 생각했는데,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다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할 때 갑자기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긴 시간동안 정이 많이 들었나봐요. (웃음) 또 한편으로는 정말 너무 뜻깊은 작품이었어요. ‘별난 가족’에서 설동탁을 맡게 돼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커요.”

신지훈은 ‘별난 가족’에서 배우 이시아와 결혼으로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젊은 신인들이 대거 포진 된 이 작품에서 연기자들간의 호흡은 무엇보다 신경쓰이는 부분이었다. 신지훈 역시 그 부분에 초점을 두고 연기했다.

“제 나이 또래들이 유독 많은 작품이었어요. 신인 배우들이 많았죠. 그래서 처음에 배우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죠. 베테랑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호흡을 맞춰 가는데 좀 걸렸어요. 그러다 다행히 선배님들이나 선생님들이 너무 좋으신 분들 밖에 없어서 연기가 점점 익숙해진 것 같아요.”

신지훈이 연기한 설동탁은 안방극장의 시청률을 좌지우지 하는 아주머니들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이제는 길거리를 지나다니면 자신을 알아보며 반가워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며 미소지었다.

“아까 인터뷰하러 오면서도 아주머니 분들이 많이 알아보시더라고요.(웃음) 믿기지가 않아요. 많은 연령층들이 보는 KBS 드라마라는 건 알았지만 피부에 와닿는건 어느 정도인지 사실 몰랐거든요. 드라마가 중반부 들어가면서 설동탁 캐릭터가 점점 매력적으로 변하다보니 극 후반부로 들어갈 때는 길거리를 지날 때마다 다짜고짜 저를 껴안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너무 행복했어요.(웃음) 특히 젊은 친구들도 저희 드라마를 많이 보는지 SNS를 통해 응원을 많이 해주더라고요. 정말 힘이 많이 났어요. 제가 부산 남자라서 사실 좋다는 걸 크게 표현하지 못하는데 이번에 고향에 내려가면 부모님 데리고 주위 분들을 찾아 뵐거에요. 올해는 이게 가장 큰 효도가 아닌가 싶어요.(웃음)”
 

배우 신지훈 [사진=테스피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외모에서 풍겨지는 도회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신지훈이지만, 사실 그는 부산에서 나고 자란 ‘부산 사나이’다. 지난 7개월간 ‘별난 가족’ 촬영으로 부산에 내려가지 못했던 그는 이번 드라마 종영 후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 부모님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마음 같아선 2주는 부산에 있고 싶은데 제가 아직 신인이라서 그렇게 여유를 부리지는 못할 것 같아요. 부모님과 3~4일 정도 바람 쐬고 친구들 잠깐보고 다시 올라오려고 해요. 그래서 바로 차기작을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웃음)”

지금은 부모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자랑스러운 아들이지만 사실 그가 배우를 하기 까지는 순탄치 않았다.

“아버지께서 제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꿈을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어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았으면 하셨나 봐요. 그런데 제게는 공부가 전부가 아니었죠. 그러던 와중에 21살에 군대를 갔고, 한 번 사는 인생 제대로 살아보겠다고 반항(?)아닌 반항을 했죠. 그래도 허락해주시지 않았는데 제가 ‘끝장을 보고 오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어요. 아버지와 연락을 안 할 생각이었죠.(웃음) 그래서 3~6개월 동안 해도 안되면 오겠다고 하고 서울을 왔는데 말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군데만 오디션을 보자고 했는데 다행히 잘 됐죠. 지금은 너무 좋아하세요. 제가 모델로 데뷔를 해서 잡지에 나온 모습을 부모님께서 모아놓으셨더라고요. 예능 프로그램에 제가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는 저도 못봤던 본 방송을 다 챙겨보시고 재방송까지 보시면서 지금은 제일 든든한 지원자가 돼 주셨습니다.”

부모님의 든든한 지원사격 아래 긴 레이스를 끝낸 신지훈은 ‘별난 가족’을 통해 많은 걸 배웠다. 연기는 물론이거니와, 함께 동고동락했던 시간동안 끈끈한 정도 나눴다. 특히 이덕건 감독에 대한 감사함을 드러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이덕건 감독님이세요. 일일드라마에서는 신적인 존재시죠. 일적으로는 엄하시지만 뒤에서는 ‘우리 배우’라면서 감싸 주세요. 초반에 많이 혼나기도 했는데 ‘지훈아, 그래도 이 드라마 통해서 배우 돼야지. 배우 소리 들으려면 여기서 열심히 해야지’라고 혼내셨죠. 그래도 드라마 끝날때쯤 돼서는 웃으시면서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이덕건 감독님은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또 그는 배우 서유정에 대한 남다른 친분을 전하기도 했다.

“드라마 끝나고 사적으로 가장 많이 연락하는 분이에요. 제 마음 터놓고 인생 이야기 할 수 있는 누나죠. (서)유정 누나는 저와 호흡도 잘 맞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고 틈틈이 제가 지치거나 할 때 도움 많이 주셨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인연을 이어갈 것 같아요. 또 길은혜는 드라마 전부터 알고 있었고 저랑 동갑이죠. 그러면서 더 자주 보는 것도 있고요. 제 동생으로 나온 배우 박연수라는 친구도 고생 많이 했어요. 연수에게는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있죠. 제가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에 꾸지람을 하기도 했던 친구에요. 실제로는 정말 착한 친구죠.(웃음)”
 

[사진=테스피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고마운 사람을 이야기 해달라고 했더니 쉴새 없이 나열한다. 정도 많고 의리있는 배우 신지훈이다. 그런 그도, 극 초반엔 캐릭터를 잡지 못해 힘들었을 터다. 잘하고 싶어 무던히 노력했을 신지훈의 지난 시간이 눈에 훤했다.

“일일드라마에서는 노력하지 않으면 잘 할 수가 없어요. 방법이 없었죠. 하루종일 대본을 붙들고 직접 연기 연습 해보고 선배님과 호흡을 맞춰봐야 하죠. 일일드라마의 경우는 어떻게 보면 하나의 사회라서 연기를 잘하는 건 당연하거고,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아무리 잘 나와도 스탭들과 관계가 좋지 않으면 연기에 지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많이 노력했고, 또 관계에 있어서도 잘 마무리 한 것 같습니다.”

다소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해 아직은 그의 이름 앞에 ‘신인 배우’라는 말이 따라다니지만 그는 연기의 밑바닥부터 시작한 씨알 굵은 배우다. 웹드라마로 처음 연기를 시작해 드라마 단역, 영화 등에도 출연하며 차근히 필모그라피를 쌓아올렸다. 그리고 이제 서른이 눈앞에 있다. 아쉬운 마음은 없을까.

“저의 20대 마지막인 스물 아홉에 ‘별난 가족’을 만났기 때문에 아쉬움이 없어요. 20대를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기 때문에 후회가 없어요. 저는 군대도 갔다왔고, 군대를 갔다오자마자 서울에 와서 고생도 많이 했고, 그러다보니 주변에 좋은 인연도 많이 생겼고요. 그리고 지금의 소속사로 들어와서 연기를 시작하면서 저를 이끌어주신 이범수 대표님도 만나게 됐고요. 또 신인 배우들을 멋지게 키워주시고 싶어 하시는 서정진 회장님까지. 제가 거기에 속해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해요. 20대에 얻은 게 너무 많고 고생을 하면서 작품을 하니 가족들과도 사이가 돈독해졌어요. 너무 화목하고 서른살이 되면 아마 지금보다 더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자신감이 있어요.”

신지훈의 20대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배우, 그리고 연기. 그토록 빠져들게 만드는 연기의 매력은 무엇일까.

“제가 만약 연기를 안했다면 신지훈이라는 사람에 대해 모르고 살았을 것 같아요. 자기 감정 표현을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요. 연기라는 게 그런 감정 표현을 이끌어주는 게 있어 참 매력있는 것 같아요. 연기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웃음)”

‘별난 가족’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신지훈은 이젠 그 받은 사랑을 나눠주고 싶다는 겸손함을 보였다.

“‘별난 가족’을 사랑해주신 분들에게 어떤 보답을 하고 싶어요.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건 당연한거고, 프리마켓이나 봉사활동을 해서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까 생각중입니다. 회사와도 이야기 하고 있고요.(웃음) 그리고 이제 길 다니시다가 저를 만나면 ‘설동탁이다’라고 그냥 지나가시지 말고 먼저 다가와주세요. 내년 2017년은 저를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KBS 연기대상에서 수상이요? 저는 그냥 나갈 수 있으면 될 것 같아요. 뭐가 됐든 시상식 현장 스크린에 제 얼굴이 1초라도 나왔으면 좋겠는걸요.(웃음)”

겸손함을 잃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당찬 각오가 그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신예 신지훈. 날이 갈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배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배우 신지훈 [사진=테스피스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