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美·中 관계 심상치 않다

2016-12-05 15:52



 

[김상철 ]

[김상철 前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대외정책이 하나씩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물론 아직도 상당 부분 불확실한 것이 많지만 큰 그림이 조금씩 보여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대통령 경제자문단인‘전략경제포럼’과 새롭게 캐비넷에 기용되는 인물들에 의해 면면이 밝혀질 것이다. 특히‘전략경제포럼’을 구성하는 16인의 멤버 중 대학교수는 1명에 불과하고 15명이 기업가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실용적인 노선을 보일 것이 확실하다. 향후 미국의 경제정책이 기업 혹은 시장 친화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것이 명백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외통상정책도 다자간 보다는 양자간 접근을 통해 공정한 게임의 룰을 강조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취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되 이에 불만을 표시하거나 브레이크를 걸려고 하는 상대에게는 적절한 제재를 가하는 방식을 채택할 것이다.

하지만 당선 이전에 공약으로 제시한 보호무역과 관련한 조치들은 상당 폭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통상정책을 결정하는 기관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이고,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자유무역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공화당이 현재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미국 내에서도 보호무역 확대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보호무역이 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는 있어도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일방적인 보복무역을 하기 보다는 양자간의 공정성에 기초하여 국가별 혹은 제품별로 맞춤형 통상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일본, 독일, 한국 등 미국으로부터 무역흑자를 많이 보고 있는 나라에 대해서 미국 상품에 대한 수입 확대를 종용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당선자와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이 양국 외교 단절 후 37년만에 통화를 하여 중국이 발깍 뒤집어 놓았다. 차이잉원 총통이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축하 메시지를 전달 방식의 통화이지만 중국으로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중국 외교정책의 뜨거운 감자인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이 큰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외교의 문외한인 트럼프 당선자가 실수를 하였다고 치부하는 시각도 있으나 이느 너무 순진한 평가이다. 트럼프 외교안보 참모들 상당수가 매파라는 점에서 향후 미·중 관계가 심상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과 연관되어 있어서 중국도 이와 관련한 문제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미·중 간의 신(新)냉전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중국 정부는 즉각적으로 미국에 항의하면서 1979년 양국 수교 이후 계속되고 있는 ‘하나의 중국’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동시에 이번 해프닝의 발단은‘대만의 잔꾀’라고 비난하면서 미국과의 정면 충돌을 피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현재 트럼프 당선자 측과 중국 정부 간에는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통상문제 뿐만 아니고 외교안보에 이르기까지 첨예한 이해관계를 풀어보기 위해서이다. 중국 정부는 내년 1월 21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까지 중국이 할 수 있는 사전 정지 작업을 최대한 해놓고 그 이후를 대비해 보자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트럼프 당선자 측은 중국의 이런 행보를 예의주시하면서 취임 이전에라도 중국을 시험해보는 견제구를 툭툭 날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만 총통과의 통화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미·중 관계 변화에 대비하는 시나리오 플래닝 필요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미·중 간의 이런 분위기가 어디로 튈 지를 가늠하는 것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우리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측이 표면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안보 측면보다 통상 혹은 미국의 이익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포기하도록 하겠다는 치밀한 계산이다. 현 정부가 벼랑 끝에 몰리고 있는 것 또한 한국의 여론이 중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틀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 취임 이후 북핵 문제 등 민감한 한반도 정세를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포석이다. 오바마 정권 말기에 취해진 사드 배치 결정, 일본과의 위안부 협상 타결과 한일 군사정보보호 협정 등 일련의 조치들이 중국의 이익에 반하고 있다는 것을 시위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은 시나리오 플래닝이다. 최상과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놓고 그 중간에서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다양하게 점검하는 것이다. 현재도 미·중 간에는 물밑 대화가 계속되고 있으며, 양국이 이해관계를 수렴하여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절충이 될 수 있는 여지도 있지만 적절한 양보와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벼랑 끝으로 몰릴 수도 있다. 미국의 공세가 강화되면 중국이 사면초과에 빠져들 공산도 크다. 아시아 주변국들이 미국의 입장에 서면 중국이 고립무원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경제 체질 면에서도 미국보다 중국이 더 허약해 미국이 어떠한 강경 조치를 취하면 중국 경제가 피해를 볼 여지가 농후하다. 지금은 중국이 큰 소리를 치고 있지만 갈수록 중국 쪽에 유리하지 않은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막무가내(willy-nilly) 식으로 몰아붙이지는 못할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 미국 기업들도 트럼프의 보호무역 노선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애플과 같이 중국의 물건을 많이 파는 기업일수록 걱정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한 듯 차기 미국 정부는 1920년대의 스무트-홀리 법과 같은 보복관세의 부활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우리에게 선제적인 대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정부가 연간 2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셰일 오일과 가스 도입을 검토키로 한 것은 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중국의 우리에 대한 통상 압박에 대해서도 정부는 양국간 대화 채널을 통해 문제 해결 노력을 하되 그렇지 못하면 국제적인 공조를 취해 나가야 한다. 기업은 차제에 시장 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선진국 혹은 일부 신흥국으로 거래선을 다변화, 중국 의존도를 축소해 나가는 'China+1' 전략을 본격 추진해 나가야 한다. 미·중 간의 심상치 않은 조짐에 대한 대응 방식을 놓고 아시아 각국들의 머리가 더 복잡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