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KAIT·이통사 '신분증스캐너' 갑질 논란...전국유통판매점 "법적근거 없이 수익화 시도"

2016-12-05 14:21

배효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위원장은 5일 서울 성수동 KMDA협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이동통신사를 강하게 규탄했다. [사진=신희강 기자@kpen ]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정부가 이달부터 시행하고 있는 '신분증 스캐너'를 놓고 전국 이동통신유통점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명의도용 방지 등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반면, 유통점들은 법적근거없이 수익화를 시도하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5일 서울 성수동 KMDA협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이동통신사를 강하게 규탄했다.

배효주 KMDA 위원장은 "방통위와 KAIT, 이통사가 손 잡고 문제투성이 신분증 스캐너 강제도입으로 골목상권을 죽이고 있다"며 "이는 과거 유통망 인증제 수익화 무산 이후 연이은 유통망 상대 수익사업이자 유통망 장악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했다.

신분증 스캐너는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전산 스캐너와 비슷한 형태로, 신분증의 위조 여부를 파악한 뒤 개인정보는 저장하지 않은 채 이통사 서버로 정보를 전송한다. 운전면허증과 주민등록증 등은 스캔이 가능하지만 여권이 불가능한점이 일반 스캐너와 다르다.

앞서 방통위는 명의도용 방지와 개인정보보호를 목적으로 12월 1일부터 전국 1만7000여개 이통사 대리점 및 판매점에 신분증 스캐너 도입을 의무화할 것을 결정했다. 전반적인 운영은 이통사와 제조사 등이 회원사로 있는 KAIT에 위임했으며, 일반 스캐너 사용시 대리점(전산차단 3일)·판매점(스캐너 권한회수 3일)에 대한 페널티가 적용된다.

배 위원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발표로) 전국 유통판매점은 이달부터 신분증 스캐너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으며, 위헌 및 법률 위반 소지까지 있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헌법 제15조에 근거했을 때 직업 수행(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며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에 따라 위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민간 협회 마음대로 자율도 아닌 전면시행을 강행하는 것은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신분증 스캐너를 둘러싸고 방통위와 KAIT, 이동통신사가 서로 주체라고 지목한다는 점에서 '숨은 의도'가 깔려있다는 의혹의 목소리가 나왔다. 주체가 불명확한 사업인데다가 스캐너의 구매가격이 오락가락 하는 등 여러 정황을 고려했을 때 수익사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문수 KMDA 부위원장은 "이통3사가 신분증 스캐너 기기 2만2000개를 이미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KAIT는 도입 시점 기한 내 보증금 미납 시 구매가 44만원으로 골목상권에 안내하며 구매를 유도했다"면서 "하지만 가격을 둘러싼 문제제기가 시작되자 KAIT는 이틀만에 구매가를 30만원으로 낮췄고, 현재는 보증금 10만원이 전부라며 말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부위원장은 "뿐만 아니라 KAIT는 제조사 보임테크놀러지와 신분증 스캐너 수의계약을 맺었는데, 정작 신분증 스캐너 기기에서는 결함이 지속 발생하고 있다"며 "이동통신사는 재원을 70~80억원으로 잡고 있는 등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가 주장하는 온라인판매나 방문판매(다단계)의 경우는 신분증 스캐너 사용이 적용되지 않는 점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신분증 스캐너의 도입 목적인 △대포폰 개통 방지 △개인정보 보호 △신분증 위·변조 도용 방지도 현실과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신구 KMDA 상임부회장은 "불법 다단계 판매는 별도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있어 법망을 피해가지만, 유통점에는 신분증 스캐너를 사용하지 않으면 개통이 불가능하다"며 "이는 골목 상권에만 불이익을 주는 차별 규제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포폰과 신분증 스캐너는 무관하며, 개인정보보호 유출도 일선 판매점보다 이통사 등 대형 유통망에서 빠져나가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위변조방지 역시 한 해 위조지폐가 적발되는 수준의 드문 사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주장은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방통위는 신분증 스캐너 도입에 앞서 KMDA와 7, 8월 단 두번의 협의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논의에는 방통위와 KAIT, 이통3사의 실무진이 참석했다.

하지만 8월 협의 이후 방통위가 11월 신분증 스캐너 도입에 대한 발표를 하면서 전국 유통판매점의 반발이 불거져나왔다. KMDA는 신분증 스캐너 강제 도입에 따른 가처분 신청 절차를 진행하면서 감사원 감사 청구와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등의 법적 조치, 단체 행동을 계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