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엽 칼럼] 메뉴판 없는 북경 1911 식당
2016-12-05 08:02
한국대성자산운용주식회사 대표이사 이규엽
지난 토요일 집에서 창밖을 보니 첫눈이 내렸다. 어머니를 모시고 서울 집에서 택시를 타고 분당에 있는 안과에 가야하는 일정이 있었다. 길도 멀고 눈도 내리고 있으니 택시 타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문득 카카오택시가 생각났다. 휴대폰 바탕화면에 있는 카카오택시앱 출발지에 아파트 동·호수와 도착지에 안과가 소재한 건물명을 입력한 후 호출 버튼을 눌렀다. 3분도 지나지 않아 택시기사로부터 전화와서 곧 도착한다고 했다. 잠시 후 아파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택시 기사는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어머니가 천천히 탑승하라고 말하면서 꽤나 친절하였다. 거리가 멀고 잘 알려지지 않는 도착지에 대하여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길을 잘 찾아 갔다. 카카오택시 앱을 통해 택시를 이용하면 길거리에서 무작위로 탑승하는 것보다 몇 가지 장점이 있다. 먼저, 탑승시까지 대기하는 시간 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둘째, 목적지 도착 후 기사에 대한 평가가 수반되기 때문에 대체로 운전기사로부터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셋째, 탑승 후에 목적지를 말하지 않아도 호출시 입력한 목적지에 정확하게 도착한다. 한편 택시회사는 유류비가 절약될 것이다. 승객을 찾기 위하여 도로위를 무작정 다니는 대신 선호하는 목적지로 가는 승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경에 출장을 자주 가는 편이다. 북경 시내에서 중국 휴대폰이 없으면 택시 타기가 무척 어렵다. 그래서 북경시 정부는 휴대폰을 이용하지 않는 연령층도 택시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최근 북경 출장시에 또 다른 경험을 하였다. 머지않아 북경에서 휴대폰이 없으면 식당에서 메뉴 선정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예감이다. 지난달 22일 북경 중관촌을 방문하여 칭화대기금금융지주투자회사(启迪金控投资有限公司) 두펑(杜朋) 대표와 1억불 공동펀드조성에 합의하고 약정서를 교환하였다. 약정서를 교환한 후 6명이 인근 <1911>(칭화대 설립년도)라는 식당에 갔다. 식당에 들어서니 식당 종업원은 우리 일행을 예약된 방까지만 안내하고 가버린 후 메뉴판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의아해 하고 있는데 두펑(杜朋) 대표가 메뉴선정하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먼저 휴대폰 위챗으로 식탁 위에 있는 QR코드를 인식한다. 휴대폰 화면에 메뉴가 나타나고 각자 좋아하는 메뉴를 클릭하면 선정된 전체 주문 내역을 볼 수 있다. 주문 확정버튼 클릭과 동시에 곧장 주방으로 전송되어 조리가 시작된다. 주문한 음식이 배달되기 전까지 두펑 대표는 식당 방 벽에 걸린 대형 모니터에 조금전 체결한 약정서를 휴대폰을 이용하여 띄웠다. 모니터에 나타난 약정서를 보면서 약정서 체결에 따른 후속 조치에 대하여 토론을 이어 나갔다. 식사 후에는 계산대에 가서 음식값을 지불하는 과정이 없었다. 휴대폰에 설치된 위챗페이로 중국측이 계산을 완료하였다고 하였다.
<중관촌 1191 식당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