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최중경 공인회계사회장 "회계 왜곡이 저성장 주범"
2016-12-05 10:24
아주경제 김부원·김은경 기자= 올해는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정치·사회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회계 부정 탓에 불거진 '대우조선해양 사태'도 금융·산업계를 얼룩지게 한 큰 사건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수장으로 6월 새로 선출된 최중경 회장이 느낄 책임감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최중경 회장이 회계업계에 당부하고 싶은 점과 각오를 아주경제가 직접 들어봤다.
◆"회계가 바로 서야 국가가 바로 선다"
최중경 회장은 "회계 수치를 기초로 신용평가 자료, 거시 통계, 산업 관련 통계가 나오는 것"이라며 "이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지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잘못된 수치로 의사결정을 하면 경제성장도 불가능하고, 일자리 창출에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공인회계사를 대표하는 최중경 회장은 누구보다 난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 역시 회장에 선출되면서 회계사와 업계 권익신장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더 시급한 게 있다. 바로 우리나라 회계 문화를 바로 잡는 것이다. 최중경 회장은 "최근 4~5년 동안 왜 경제성장률이 낮은지에 대해 생각해봤다"며 "처음에는 시장이 통합되면서 1등만 살아남게 되는 세계화 때문이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러나 회계정보 왜곡이 큰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로 인해 자원배분이 잘못되고, 성장이 느려지고, 선진국과 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감사제도 싹 바꿔야"
결국 정부는 외부감사인제도를 뜯어고치기 위해 대안을 찾고 있는 중이다. 공인회계사회 역시 이번 기회에 감사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최중경 회장은 "회계정보 질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게 감사를 잘하는 것"이라며 "감사인 선임제는 이미 잘못된 제도라는 게 증명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감사를 받을 사람이 감사인을 정한 뒤 비용을 지불하는 것인데, 이런 환경에서 독립성과 권위를 유지하면서 감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공인회계사회 회장으로서도 감사제도 개선에 사명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정치권과 회계업계는 새로 도입할 외부감사인 제도를 두고 감사인 지정제와 선임·지정제를 함께 실시하는 혼합형, 두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최중경 회장은 "지정제와 혼합제, 모두 일장일단이 있으므로 더 많은 고민과 검토가 필요하다"며 "특히 진정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통 감사계약은 회계사 대 기업, 양자 간 계약으로 보게 마련이다. 그러나 국민을 포함한 3자간 계약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게 최중경 회장 생각이다.
그는 "이해관계자 집단으로서 국민이 회계정보를 이용하지만, 정작 양자 관계로만 생가해 기업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며 "감사제도가 잘못되면 회계정보로 의사결정을 하는 국민이 피해를 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회계정보 왜곡은 준 살인행위"
최중경 회장은 회계정보 왜곡을 '준 살인행위'에 비유하기도 했다. 잘못된 정보를 믿고 부실한 기업에 투자한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큰 피해를 보거나, 심한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는 게 사실이다.
최중경 회장은 "회계 부정은 살인행위에 버금가는 것인 만큼, 아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처벌만 논할 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 회계제도를 개선할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회계감사 최저보수를 설정하는 것이다.
최중경 회장은 "회계감사 수수료가 쌀수록 좋다고 보는 관점은 채권단나 투자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며 "회계감사 품질 개선을 위해서는 적정 감사보수를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사제도 개선이 마무리되면 회계인 윤리선언도 다시 하고, 회원에게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할 것"이라며 "일탈행위를 일삼는 회계사에게는 원칙대로 엄중히 대하고, 오직 성실한 회원을 위해 일하는 회계사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