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차이잉원 통화, 미중관계 잡음?...중국"'하나의 중국' 지켜라"

2016-12-04 15:01
중국 외교부 " '하나의 중국'은 중미 관계의 기초, 신중히 접근해야"
외교부장 "대만 허튼 수작 안 통해", 환구시보 "건드리면 모두 피해"

[사진=AP연합]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에 미중 관계에 잡음이 일며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통화하면서 중국의 거센 반발을 산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 측과 대만이 사전 준비 후 전화통화를 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글로벌 언론은 "이는 미중 관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미국 대통령 혹은 당선인이 대만의 정상과 공개적으로 통화한 것은 1979년 미국-대만간 단교 후 37년 만에 처음이다.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는 "차이 대만 총통이 당선 축하를 걸어왔다. 고맙다"라며 "대만이 미국의 무기 수 십억 달러치를 사는데 전화를 받아서는 안된다니, 흥미롭다"는 반박했다. 

트럼프의 돌발 행동에 대한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외교적 미성숙함이 초래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또 일각에서는 중국과의 협상 카드를 확보하려는 트럼프의 계산된 행동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일단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관련 소식을 듣고 미국 측에 엄중한 중국의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또, "이 세상에 중국은 하나고 대만과 중국은 불가분의 관계"라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는 것이 중미 관계의 기초임을 강조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3일 베이징에서 열린 '2016년 국제형세와 중국외교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후 중국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의 허튼 수작으로 국제사회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바꾸는 일은 불가능하다"면서 "미국도 '하나의 중국' 관련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3일 "차이잉원-트럼프 통화와 하나의 중국'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게재하고 트럼프와 차이 총통의 통화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환구시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중미 관계를 수 십년 간의 노력으로 얻은, 양국의 이익을 기반한 심층적 관계로 규정하고 "트럼프 당선인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려 이를 전부 뒤집는다면 양국이 큰 피해를 입음은 물론 국제 질서도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를 추진하려면 트럼프는 임기 내내 모든 역량을 여기에 집중해야 해 다른 모든 정책은 포기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멍청한 짓은 하지 않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대만에는 "상응하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엄포를 놨다. 환구시보는 " '하나의 중국' 원칙은 이미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고 그 어떤 나라도 이를 흔들 수 없다"면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하게 하려는 시도는 말도 안되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일침했다.

또, "차이잉원 정부의 모든 시도에 대해 중국은 강력히 처벌할 능력이 있고 또 이러한 힘을 사용하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 "트럼프 당선인의 돌발 행동은 향후 중국과의 교류와 미국의 이익 확대를 위해 중국의 반응을 알아보려는 탐색전에 불과하다"며 "이를 확대 해석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도발이 북한 핵 문제 관련 미중 협력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트럼프와 차이 대만 총통의 통화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321호 채택 이틀 뒤에 이뤄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번 결의안에는 북한의 석탄수출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고 북한 석탄 대부분은 중국과 거래된다.

대만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의 반응을 반기는 분위기다. 대만 당국은"미국과 대만, 양안관계는 모두 중요하며 이 두 관계는 서로 충돌하거나 모순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