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G, 계열사 감사 대대적 진행

2016-12-05 07:00

 

구본준 LG 부회장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인화(人和)'의 LG가 바뀌고 있다.

LG그룹 지주사 ㈜LG가 정기 임원인사에 앞서 자체적인 감사를 벌였다.  그간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커넥션을 차단하고 조직을 쇄신하겠다는 게 목적이다. 

재계에서는 ‘강한 LG’를 지향하는 구본준 ㈜LG 부회장이 LG그룹 경영을 사실상 진두지휘 하면서 쇄신 작업에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지난 1일 2017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하기에 앞서 전사적으로 계열사 감사를 벌였다. 계열사들이 그들의 협력사들과 비정상적인 거래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불공정한 경쟁으로 '일감 몰아주기' 정황이 포착됐고, 신상필벌의 차원에서 일부 임원들에는 해임통보가 전달됐다. 

일례로 2015년 정기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던 LG전자의 ㄱ 상무는 이번에 회사를 떠나게 됐다. 광고제작, 광고대행 업체인 B사와의 거래 내역에서 부적절한 거래내역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B사는 LG전자 출신 인사가 대표로 있는 회사다. 2007년 설립된 회사로 LG전자에서 대리점 및 하이플라자, 양판점의 매장을 연출 담당해왔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사는 매출액이 2013년 말 107억657만원, 2014년 말 107억8002만원이었지만 올들어 125억5068만원으로 늘어났다.

단기간에 비정상적으로 매출이 올랐다는 게 ㈜LG의 감사 결과였고 이를 책임지는 차원에서 ㄱ 상무가 해임되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수시 감사를 벌인 결과 비상식적인 영업이익이 난 곳이 있었고, 이번 인사에 반영된 것으로 안다"며 "2017년 정기인사에서 임원 승진자가 상당수 늘어난 것은 맞지만, 전체 임원수는 되려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즉 많은 임원들이 회사를 떠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임원 증감폭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내년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공개된다.

이를 두고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이념인 인화의 LG로서는 과감한 결정을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구 부회장의 외연이 넓어지면서 주력 계열사에 대한 감사도 더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미 그룹 안팎에서는 주요 경영진에 대한 인적쇄신과 더불어 인화를 중시해 신상필벌에 인색했던 조직문화를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구 부회장 역시 이를 강한 LG로 가기 위한 필수과정으로 삼고 있다고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간 LG의 OB(올드 보이·old boy)들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퍼주기' 거래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LG의 계열사 감사는 관행을 도려내는 수술의 시작단계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구 부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기존 신성장사업추진단장 역할에서 나아가 주력사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 신사업 발굴·확대를 지원하는 등 사업 전반을 살피는 역할과 함께 전략보고회 등 경영회의체를 주관하며 이끌어 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