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 열린 미국의 문, 트럼프 트윗에 위기

2016-11-29 12:48

28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의 혁명광장에서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광장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향년 90세를 일기로 영면한 카스트로 전 의장의 유해는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한 후 산티아고 데 쿠바에 도착해 다음 달 4일 안장될 예정이다. [사진=AP=연합뉴스]


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만약 쿠바가 쿠바 국민과 쿠바계 미국인, 그리고 미국을 위한 더 나은 협상을 할 의지가 없다면 협정(버락 오바마 정부 때 체결된 것)을 끝내버리겠다" 도널드 트럼프가 28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에 남긴 말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된 라인스 프리버스는 앞서 27일 '쿠바 내 변화'를 향후 양국 관계 개선의 선행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쿠바가 계속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쿠바 내에서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한다"면서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유세 기간 동안에도 오바마 행정부의 대쿠바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연설 등을 통해 쿠바가 정치·종교 자유, 정치범을 석방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양국 관계가 오바마 행정부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쿠바 내에서 종교의 자유, 정치범 석방, 억압 중단 등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트럼프의 주장은 공화당 주류의 의견과도 맥을 같이 한다.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타계를 계기로 공화당에서는 미국의 대쿠바 정책도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은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정책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출했었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와 관계복원을 선언한 후 여행, 통상 등 기존 제재를 완화 및 폐지 등의 쿠바에 우호적인 정책을 폈지만, 쿠바는 인권 개선 등 가시적인 변화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백악관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당선인이 트위터로 쿠바 협정과 관련된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하나의 트윗으로 그렇게 보이도록 만들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만약 이 정책을 예전과 같은 상황으로 되돌린다면 중요한 외교적, 경제적, 문화적 비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또 오바마 행정부에서 취한 대쿠바 유화정책에 따라 투자와 여행 기회가 커졌으며, 18개월간 미국인 5만명이 혜택을 봤다고 강조하면서 이 모든 것을 다시 무위로 돌리는 것은 국제 여행객들로 이익을 얻은 쿠바인들에게도 "커다란 경제적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바 정부는 트럼프의 유세기간 동안에는 양국 관계에 대한 트럼프의 강력한 주장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으면, 당선 됐을 때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