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시프트’의 추락..."소득기준 비현실적"

2016-11-27 12:01
3인 이하 가구 월평균 소득 481만원 제한...강남이 강북보다 청약경쟁률 낮아

아주경제 오진주 기자 =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의 핵심 사업인 장기전세주택 ‘시프트’의 청약 경쟁률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비현실적 소득기준이 가장 큰 원인으로 이를 현실에 맞게 고치는 작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SH공사는 지난 7일 제33차 장기전세주택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15일부터 나흘 동안 청약 접수를 실시했다. 이번 접수에서는 △오금 1 △위례A1-10 △래미안 서초에스티지 △강일지구 △고덕 리엔파크 2·3 △내곡 2·5·6 등 총 1772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발표된 제33차 장기전세주택 입주자 최종 청약 접수 결과에 따르면 1순위 청약 1742가구 공급에 1만2038명이 접수해 6.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앞서 진행됐던 제32차 1순위 청약 경쟁률 12.4대 1보다 절반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시프트 청약 경쟁률은 매번 떨어지고 있다. 2014년 10월 진행했던 제28차 1순위 청약 접수에는 474가구 모집에 8905명이 몰려 18.8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1년 뒤인 지난해 11월 진행한 31차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0.1대 1로 나타났다. 최근 2년 사이 약 18대 1에서 7대 1로 반토막이 난 것이다.

특히 강남지역 청약 경쟁률은 강북지역 보다 더 낮은 편이다. 서초구에 위치한 '래미안 서초에스티지' 전용면적 59㎡는 일반을 대상으로 한 1순위 청약에서 22가구 모집에 50명이 접수해 2.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마포구 '상암월드컵파크 10단지' 84㎡는 일반 대상 1순위 모집에서 72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번 제33차 공급에는 앞서 미계약됐던 강남구 아파트 29가구와 서초구 아파트 107가구 등 총 136가구가 재공급되기도 했다. 미분양됐거나 당첨되고 나서 계약이 안 됐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서초구 '래미안 신반포팰리스'는 지난 4월 제32차 모집에서, 강남구 '역삼자이'는 지난해 11월 제31차 모집에서 각각 분양공고를 냈었다. 

이와 같은 미계약 사태는 시프트 입주자격을 갖춘 층이 부담하기엔 워낙 높은 강남권 시세 때문으로 분석된다. 장기전세주택은 주변 전세 시세의 80% 이하로 책정된다. SH공사가 공지한 래미안 신반포팰리스 전용면적 59㎡의 전세금액은 6억880만원, 역삼자이 전용면적 59㎡는 5억1750만원이다. SH공사 관계자는 “강남권 가격은 실제 주변 시세의 64~67% 정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시프트 신청 자격은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인 자’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3인 이하 가구로 볼 때 월평균 소득 481만6665원으로 강남권에서 거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3명이 481만원으로 강남에서 살기에는 빠듯하다는 문제점을 알고 있다”면서 “현재 국토교통부가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에서, 서울시가 ‘공급조례’와 ‘공급조례 시행규칙’에서 상한선을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신청을 하지 못해 경쟁률이 낮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12월 중에 서울시에 시행규칙을 개정해 현실화하자고 설명하고 협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