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소환에 특검·국정조사까지…기업들 ‘하루 하루가 죽을 맛‘

2016-11-24 08:31

아주경제 양성모·윤정훈 기자 = “바깥(대외 환경)상황도 엉망인데 계속 수사를 받는다면 회사 경영은 어떻게 하란 이야깁니까?.”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 소식에 이같이 말했다. 사정당국의 칼날이 재계의 심장부를 정조준 하면서 그간 숨죽여 반응을 지켜봐온 재계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 수사관들은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에 있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했다. 삼성그룹의 이번 추가 압수수색은 지난 8일 이후 16일 만이다.

삼성그룹의 압수수색이 전해지자 재계 관계자는 “뭐라 말할 수 없다. 마치 우리가 범죄자 집단으로 몰리는 것 같다”면서 “우리도 피해자인데 최순실 사태와 연루돼 굉장히 괴롭다. 한국에서 기업하기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특히 재계는 삼성그룹의 심장부로 알려진 미래전략실에 대한 검찰의 추가 압수수색이 재계 전반으로 확대될까 우려하고 있다. 이는 검찰의 재계를 향한 수사가 ‘뇌물죄’ 적용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하거나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배경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따지기 위해 검찰이 다른 기업들도 압수수색 등 고강도 수사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이름이 오른 대부분의 기업 총수들이 검찰에 소환돼 10시간이 넘는 조사를 통해 배경과 억울함을 설명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런데도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다는 소식은 달가울리 없다. 억울한데 억울하다고 어디에 하소연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재계는 특검과 별개로 오는 12월 5일로 예정된 청문회에서 기업인들이 자칫 범죄인 이미지로 낙인 찍힐까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한 기업 총수들을 무더기로 청문회의 증인으로 채택한 바 있다.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사례를 보면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공적을 쌓기 위해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들에게 막말과 고성으로 망신주기에 바뻤다. 대외 활동에 전념해야 할 기업인들이 죄인 취급을 받고 어떻게 경영에 전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당장 위에서 검찰 조사와 국정 조사에 신경이 쏠려 있어 연말 인사와 내년 계획도 얘기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해외에서 도덕 문제로 망가지는 회사가 여러군데인데, 국정 조사로 도덕성에 문제있는 기업으로 낙인될까봐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회사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이 미진한데다 국정감사와 국정조사 등 올해 경영 외적으로 너무 많은 풍파를 겪고 있다”면서 “경영에 힘을 쏟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