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야기] 시진핑과 박근혜의 고구마
2016-11-22 14:24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 “고구마 덩굴은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지만 뿌리는 항상 땅밑에 단단히 내리고 있다. 중국도 고구마와 마찬가지다. 중국이 얼마나 발전해 나가든 중국은 아태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아태 지역을 건설하고, 아태 지역을 이롭게 할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8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 말한 연설의 일부분이다. 중국이 아태 지역에 뿌리를 두고 발전하면서 중국과 아태지역의 공동발전의 중요성을 고구마에 빗대 생동감 있게 이야기한 것이다.
고구마는 중남미 지역의 특산물이다. 과거 콜럼부스가 15세기 신대륙(지금의 중남미)을 발견한 후 이곳의 고구마 종자를 유럽으로 가져오면서 고구마는 전 세계인이 즐겨먹는 양식이 됐다. 시 주석이 중남미에서 열린 APEC 회의에서 고구마를 예로 들어 아태지역의 공동운명체를 강조한 것은 그만큼 의미가 깊다.
중국에는 '고구마 이론'이라는 것도 있다. 지난 2014년 중국 공산당에서 발행하는 이론잡지 구시(求是)는 어느 하나에 얽매이지 않고 넓은 시각으로 대국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전략적 사고를 '고구마 이론'이라 칭하했다.
중국의 혁명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는 붉은 고구마를 좋아했다. 과거 마오는 "우리의 혁명은 고구마 껍질처럼 붉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고구마의 붉은 껍질이 공산당의 불타는 혁명 정신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새 유난히 고구마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관련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캐도캐도 끊임없이 엮어져 나오면서다. 우리나라에서 고구마는 마치 '비리의 수식어'로 전락한듯 하다. 공동운명체, 전략적사고, 혁명, 민생이 연상되는 중국의 고구마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