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매머드급 ‘최순실 특검’…5대 관전 포인트

2016-11-21 16:09
정부, 내일 국무회의서 특검법 의결할 듯…시기·후보·범위·거부권·이중처벌 쟁점

수능을 마친 고3학생을 포함한 ‘박근혜하야 전국 청소년 비상행동’소속 학생들이 19일 오후 쳥계광장 일대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김세구 기자 k39@ajunews.com]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인 ‘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제(특검)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정부가 22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검 임명법’(특검법) 공포 안을 상정해 심의·의결키로 하면서 1999년 도입 이래 열두 번째 특검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특검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 검찰 수사는 종결된다. 최장 4개월 이상의 특검 정국이 시작되는 셈이다.

특히 이번 특검은 규모와 주도권 등에서 과거의 ‘무늬만 특검’과는 확연히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특검 후보자 2명을 거대 야당(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합의 추천하는 데다, 특검보 4명을 비롯해 파견 검사 20명, 특별수사관 40명, 파견 공무원 40명 등 최대 105명으로 꾸려진다. 이는 직전 특검인 2012년 ‘BBK 의혹 특검’(검사 10명)보다 두 배나 많다.

하지만 특검이 넘어야 산도 만만치 않다. 특검 규모로는 매머드급이지만,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검찰은 이미 중간수사 발표를 통해 박 대통령을 ‘최순실 게이트’의 공동 정범으로 규정했다. 100만 촛불 민심이 연일 들불같이 확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검은 그 이상의 성과를 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 최장 134일 특검 정국…초반부터 난제 산적

21일 여야와 헌법학회 등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 특검의 5대 관전 포인트는 △절차 둘러싼 갈등 △최종 특검 후보자 △박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 △성역 없는 조사 가능성 △이중 처벌 금지 등이다.

특검은 국무회의 통과(22일) 후 공포되면 즉시 시행된다. 이후 특검은 크게 임명과 착수, 수사 등의 과정을 거친다. 초반 지뢰밭은 특검법 시행 후 14일 이내 펼쳐지는 임명이다. 이 과정에선 ‘국회의장의 특검 임명 요청(시행 후 3일 이내)→대통령의 특검 추천 의뢰(의장 요청 후 3일 이내)→야당의 2명 후보 추천(5일 이내)→대통령 임명(3일 이내)’ 순으로 진행된다.

특검 후보자가 최종 결정되면, 20일간의 준비 기간과 70일간의 수사 기간(대통령 승인받아 30일 연장 가능)에 돌입한다. 수사 기간은 최장 120일, 임명 기간까지 합치면 134일간의 대장정이다.

문제는 야권이 진보성향 특검 후보자 두 명을 내세울 경우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거대 야당은 이날 일제히 검찰 조사를 거부한 박 대통령이 ‘중립적 특검’ 가능성을 제기한 점을 거론하며 거부권 행사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특검법이 야당의 추천만으로 특검을 구성하게 돼 있기 때문에 중립적이지 않다면서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특검의 독립성 운운하면서 시간 끌기를 하다가 거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탄핵 정국에 휩싸인 국회 의사당.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tlsgud80@]


◆ 채동욱 카드 무산…김지형·박시환 등 거론

야권에서 애초 공론화된 ‘채동욱 전 검찰총장’(특검 후보자) 카드는 물 건너간 상태다. 내부에선 김지형 전 대법관을 비롯해 박시환·이홍훈 전 대법관, 김상준·이광범 변호사,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 김주덕 전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 소병철 전 대구고검장, 박영관 전 제주지검장, 임수빈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 등이 거론된다. 이에 맞서 청와대도 4∼5명 변호인단을 구성, 특검 싸움의 장기전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성역 없는 조사 여부,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등도 조사할 수 있느냐다. 특검법에 따르면 조사 대상은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의 문건 유출 의혹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 의혹 △최 씨와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재단 출연금 강요 의혹 등 15항목이다. 다만 ‘특별검사의 수사 대상’ 15호를 통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이 적시, 열거된 항목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이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됐다면, 박 대통령도 조사 가능하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는 이중처벌 금지다. 헌법 제13조는 ‘동일한 범죄에 대해 거듭 처벌할 수 없다’는 이중처벌 금지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는 검찰 특수본과 특검으로 두 갈래로 진행된다. 먼저 수사를 마친 검찰이 관련자를 기소, 재판이 진행 중이라면, 다시 수사할 실익이 있느냐는 것이다.

한 교수는 이와 관련해 “미국은 이중 기소를 금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기소가 아닌 재판 결과를 가지고 따진다”고 말했다. 특검 결과에 따른 추가 기소는 가능하다는 얘기다.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헤 대통령 퇴진 촉구 제4차 촛불집회 [사진=박원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