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믿고 싶은것만 믿어선 안 된다

2016-11-21 15:40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그럴 리가 없습니다." 본인이 철썩같이 믿고 있던 것과 다른 사실이 드러났을 때 흔히 나오는 반응이다. 
 
"우리 아들이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그럴 분이 절대 아닙니다." 가정에서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도 이런 반응이 먼저 나오기 마련이다. 

안타깝게도 자신의 믿음이 틀렸을 때에는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자신의 잘못된 믿음을 반성하고, 고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쉽지 않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믿음이 진실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최근 사회 분위기도 그렇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졌고, 수많은 국민들이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며 대규모 집회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변함없는 믿음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 때문일 수도 있다.

정치 문제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다. 연예계 팬덤 문화는 더 지독하다. 한 인기 연예인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끝까지 그를 옹호한다.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잘못이 명백히 드러났을 때에도 '그 분은 그럴 분이 아니다'며 맹신한다. 되레 사건의 피해자를 집단 모욕하면서, 잘못된 방식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자신의 믿음이 한 순간 무너졌을 때의 절망감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맹신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이같은 현상은 주식시장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내가 믿고 투자했던 기업에 대한 분석이 당초 예상과 다를 때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 종목에 대한 믿음'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 이슈로 정치 테마주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그리고 야권의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한 정치인과 관련한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중 한 기업이 테마주로 묶인 이유는 단순히 대표이사와 해당 정치인이 같은 대학교를 나왔기 때문이다. 

이 기업에 문의한 결과 "자신들도 주가가 왜 급등했는지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리고 "두 분이 같은 대학을 졸업한 것은 맞지만, 같은 학과도 아닐 뿐더러 전혀 아는 사이가 아니다"란 설명도 덧붙였다.

주가가 오르는 것은 좋겠지만, 굳이 정치인 테마주에 엮이고 싶지도 않고 그럴 이유도 없다는 해명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내용이 기사화 된 후에도 투자자들은 여전히 이 기업을 테마주로 믿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하필 왜 이 시점에 이런 반박 기사가 나왔느냐"며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자신들의 믿음과 상반된 내용이 기사로 나오면서, 주가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한미약품 사태'가 터졌을 때에도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곧 이 회사 주식이 다시 오를 것이란 믿음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전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 판단을 받은 대우건설 역시 주가는 급락하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되레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저가매수 전략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선택한 종목에 대한 막연한 맹신 때문에 투자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손절매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 하기 보다는 잘못된 믿음을 끝까지 고집한다면 나중에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정치인이나 연예인에 대한 막연한 또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 자신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주식투자자라면 '믿고 싶은 것만 믿어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한 번 더 곱씹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