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0% 호남…"촛불은 안 꺼진다" 성난 민심

2016-11-20 13:08

박근혜 퇴진 광주 10만 시국촛불 대회가 열린 19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장봉현 기자]


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전국 곳곳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린 19일 광주·전남 곳곳에서 열렸다.

광주·전남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3주째 0% 퍼레이드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시 동구 금남로를 가득 메운 수십만의 촛불은 '성난 민심'을 대변하는 듯했다.

박근혜 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금남로 5·18 민주광장에서 주최 측 추산 연인원 10만명(경찰추산 1만9000명) 시민들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아침부터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8300㎡(2500평) 넓이의 5·18민주광장에서부터 인근 금남공원까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가득채웠다.

특히 이날 행사는 광주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규탄 집회 가운데 최대 규모다. 지난 1991년 고 박승희 열사 추모 집회 이후 25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열렸다.

집회는 1980년 5월 초부터 5월 16일까지 광주 지역 대학생들과 시민 주도로 잇따라 열린 가두집회인 '민족민주화성회'를 재현한 행사로 진행됐다.

정치인과 시민단체 구성원은 물론 학생과 직장인, 자녀와 함께 나온 주부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시민들의 자유 발언과 각계각층의 성명서 낭독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우리 주권자들은 국정과 헌정을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을 환수하기 위해 나섰다"며 "정권 퇴진에 머물지 않고 '국민권력'을 탄생시키는 방향으로 범국민항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광주를 방문해 5·18묘지를 참배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통령도 죄를 지으면 예외 없이 처벌받는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주장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어른으로서 부끄럽다. 우리 아이들이 양심과 정의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시장인 저도 시민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시국집회에 모인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동구의 한 주민은 "나라를 망친 그녀는 더 이상 우리의 대통령이 아닐뿐더러 국정을 운영할 능력이 없의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며 "이제는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권층에 의해 유린당한 대한민국의 정의를 되찾기 위해 "국민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나왔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특히 학생들의 박탈감은 더 컸다.

한 학생은 "우리는 대학 진학을 위해 12년 동안 경쟁을 하며 온갖 노력을 다해왔다"며 "그런데 권력을 등에 업고 쉽게 명문대학을 들어가는 게 과연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인지 묻고 싶다. 우리의 작은 참여가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에 집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또 집회장 안팎에서 '수능이 끝났다. 박근혜도 끝났다' '나랏일 손떼라' 등의 피켓을 들고 국정농단사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뿐 아니라 전남 지역 곳곳에서도 분노가 촛불로 거세게 타올랐다.

전남에서도 22개 시군 중 신안, 완도 등 제외한 15곳에서 1만6100여명의 참여(주최 측 추산) 속에 촛불집회가 각각 열렸다. 목포가 4500여명, 순천 3500여명, 여수 2000여명, 광양·나주 각 1000여명, 영광 800여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심복으로 꼽히는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의 지역구 순천에서는 "이정현 대표는 순천 망신이다. 박 대통령과 함께 물러나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오후 순천시 연향동 국민은행 앞에서는 남녀노소 3500여명이 모여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하야를 촉구했다.

시민들은 특히 자신들이 뽑은 이정현 의원이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나서는 모습에 대해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연향동에 사는 이모(47)씨는 "국민을 위해 일 잘하라고 뽑아줬는데 국민정서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박근혜 두둔하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며 "부끄러워 어디가서 순천에 살고 있다고 말을 못하겠다. 당장 박근혜와 함께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자녀들과 함께 나온 한 시민도 "이정현 대표가 지난 선거에서 공공연하게 문화교육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다녔다"며 "이는 최순실 국정 농단의 공범 의혹이 있는 것으로 당장 책임을 지고 함께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순천시민운동본부는 오는 21일 오전 11시30분 국회 정론관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순천시민의 자존심에 먹칠을 하고 있다"며 국회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한편, '촛불은 바람불면 꺼진다'고 말했던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지역구인 강원도 춘천에서도 분노의 함성은 거셌다.

이날 오후 춘천시 석사동 로데오 사거리에서는 7000여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김진태 의원 사퇴를 촉구했다. 이날 참여인원은 과거 민주화 항쟁 이후 춘천에서 최대 인파가 몰려든 날이라는 평가다.

일부 시민들은 "촛불은 촛불일 뿐이다.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는 김 의원의 발언에 꺼지지 않는 촛불이 있다며 LED촛불을 들고 나왔다. 특히 시민들은 김진태 의원 지역구 사무실로 몰려가 입구에 '김진태 OUT' 스티커와 피켓, 포스트잇을 붙이며 "이러려고 국회의원 뽑아줬냐? 자괴감 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