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모시기’ 경쟁 속 국내 업체들도 선전... “대기업과 공생하는 생태계 필요”
2016-11-18 06:37
아주경제 유진희 기자 = 애플, 구글, 삼성 등 글로벌 IT(정보기술)업체들이 ‘스타트업 모시기’에 한창인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들도 꾸준한 성과를 내며 선전하고 있다.
17일 한국스타트업생태계포럼(KSEF) 등 업계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은 평균 2.78명이 2만7000달러(3100만원)의 자금을 갖고 사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 같은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이들 중 절반 넘게 3년 후 문을 닫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가의 창업기업 3년차 생존율은 평균 57.2%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보다 19.0% 포인트나 낮은 38.2%로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은 창업기업의 생존율이 낮은 이유로 투자금 유치 어려움, 복잡한 창업 절차 등 국내 창업 인프라의 열악함을 꼽는다.
그러나 이러한 생태계 속에서도 일부 국내 스타트업들은 아이디어 하나로 외국 기업들로부터 투자유치를 이끌어 내는 등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래엔씨티’, ‘이놈들연구소’, ‘해보라’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미래엔씨티는 IoT(사물인터넷) 센서를 통해 주차 가능공간을 실시간으로 안내하고, 주차시간에 따라 과금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높게 평가한 중국의 한 중견 건설업체는 올해 6월 300만달러를 미래엔씨티에 투자했다.
통화 가능한 시곗줄 ‘시그널’을 개발한 이놈들연구소는 올해 9월 미국에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147만달러를 유치하고, 중국 벤처캐피컬들로부터도 투자를 약속받았다.
이들이 개발한 시그널은 귓가에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통화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어폰이나 헤드셋 없이도 편하게 통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이어셋 개발업체인 해보라도 미국에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지난 3월 총 1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해보라는 마이크가 달린 이어폰 ‘리플버즈’를 개발해, 전화통화 중 주변 소음이 들리는 것을 최소화했다.
크라우드펀딩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뜻한다.
2013년 설립된 ‘아이오로라’는 무명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완다시네마’에 자사의 ‘스타포토 키오스크’를 300억원어치 공급하기로 올해 초 계약했다.
키오스크는 무인 발권기로 소비자들은 이를 활용해 영화 속 주인공들을 배경으로 셀프 촬영을 할 수 있으며, 영화티켓에 해당사진을 출력할 수도 있다. 또한 이를 휴대전화에서 내려받을 수도 있고, SNS에서 친구들과 공유도 가능하다.
2013년에 창업한 ‘원투씨엠’도 일본 통신사 ‘KDDI’ 등과 총 600만달러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의 수출 제품은 ‘스마트폰 스탬프’로 소비자가 식당, 편의점 등에서 종이쿠폰에 도장을 찍듯이 스마트폰에 전자 도장을 받을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김유진 스파크랩스(창업육성기관)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남다른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으로 세계 무대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창업에 필요한 기술적 장벽이 낮아진 덕분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는 국내 스타트업이 더 많아지려면 창업 생태계가 변화할 필요도 있다”며 “해외에서는 대기업이 직접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사례도 많지만 국내는 이런 부분이 아직 부족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