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비자카드 국부유출 논란] 2. BC카드 사례로 본 공정위 신고의 한계
2016-11-15 17:24
해외 결제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진 비자카드가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인상한 후 무조건 따르도록 한 규약은 원천적으로 불공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카드사들로서는 최후의 방법을 선택한 것이지만 낙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고를 통해 좋을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회원사로서 ‘을’의 위치에 있는 국내 카드사들이 비자카드를 상대로 소송에 이긴다 하더라도 '뒷감당'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상태라면 비자카드의 갑질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예상은 5년전 불거졌던 비자카드와 BC카드의 갈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BC카드는 비자(VISA) 로고가 새겨진 카드로 미국 현금자동입출금기(ATM)거래를 하면 1%의 수수료를 비자카드에 지급했다.
하지만 BC카드는 2009년 10월 미국 스타(STAR)사와 전용선을 통해 직접 ATM서비스를 시작하면서 BC-비자카드 고객이 ATM을 이용할 경우 1%의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도록 했다.
비자카드 내부규정에 따르면 해외에서 비자카드로 결제할 경우, 의무적으로 비자네트워크를 사용하도록 하고 이를 어겼을 경우 위약금을 부과할 수 있다며 반격했다.
비자카드는 이같은 규정을 들어 BC카드에 항의하는 한편 합의를 시도했으나 결국 결렬됐다. 결국 비자카드는 2011년 6월 10만 달러의 위약금을 부과했고, 7월부터 매달 5만 달러를 카드정산 계좌에서 인출해갔다.
BC카드의 대응도 강경했다. BC카드는 곧바로 반시장적 독점행위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공정위에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양측에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같은 싸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BC카드가 신고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비자카드의 회원사, 즉 종속적 관계라는 약점을 털어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시 BC카드 관계자는 “해외결제의 대다수망을 차지하고 있는 비자카드와의 싸움이 길어진다면, 이는 곧 해외 수익 중단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불합리하다는 것은 알지만 비자카드가 최악의 대응을 하는 것이 걱정스러워 사실상 신고를 철회할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BC카드는 제대로 된 싸움을 해보지도 못한채 2011년부터 현재까지 규약 위반에 대한 페널티로 350만 달러에 이르는 금액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페널티 기간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매달 5만 달러를 비자카드에 추가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해외 결제망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비자카드를 절대적 갑으로 떠받들 수밖에 없다”며 “이런 종속 관계에서 을이 갑에게 무리하게 대들다가 결국 큰 낭패를 보게 된 경우”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8개의 카드사가 한꺼번에 신고해 좀 더 힘이 실릴 수 있다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모든 카드사들이 비자카드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낙담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