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美 전장기업 하만 80억 달러 인수… 왜?
2016-11-14 17:12
국내 기업 사상 최대 M&A… 새 먹거리시장 선두 포석
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중 사상 최대 규모로 미국의 전장전문기업인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3600억원)에 인수한 것은 수백조원에 이를 전장시장에서 '글로벌 1위'가 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만은 인포테인먼트·카오디오, 컨슈머 오디오, 기업간거래(B2B)용 음향·조명기기, 기업용 소프트웨어(S/W) 및 서비스 사업 등을 병행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전장산업의 매출 비중이 65%를 차지한다. 각 부분 글로벌 점유율도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1위(24%), 텔레매틱스 2위(10%), 카오디오 1위(41%) 등 선두에 위치하고 있다.
이런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스마트 카'용 전장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이면 186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하만의 사업 영역은 1029억달러로, 전체 전장시장의 절반 넘게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산업의 지축이 가솔린·디젤엔진 중심에서 자율주행·전기자동차 외 정보통신(IT)과 자동차를 결합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등의 글로벌 선두기업인 하만을 인수함으로써 단숨에 전장사업분야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수익 극대화를 노릴 수 있다.
특히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 등 스마트폰 사업에서 발목이 잡히고, 바이오 외 새 성장동력을 못찾는 가운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최대 라이벌인 구글과 애플, 바이두 등이 이미 IT 기업들과 손을 잡고 스마트카 개발에 나선 만큼, 위기를 상쇄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삼성자동차 출신인 박종환 부사장을 팀장으로 전장사업팀을 꾸렸지만, 인력이 30명 남짓에 불과하는 등 경쟁사에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하만의 기술력을 최대한 이용해 전장산업에서 리딩컴퍼니가 된다는 계획이다.
5G통신∙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인공지능(AI)∙음성인식 등 자체 부품 및 UX 기술, 모바일, 소비자가전(CE) 등 기술력을 하만의 전장사업 노하우와 결합하고, 세계 1위인 TV와 스마트폰, 가상현실(VR), 웨어러블 등 각종 제품에도 하만의 음향기술 및 프리미엄 브랜드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규모 M&A로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LG전자도 앞지를 전망이다. LG전자는 올해 전장 사업을 전담하는 VC사업본부를 통해 4000억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사내보유금은 180조원에 이른다"며 "삼성전자가 적극적인 대형 M&A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고, 신수종 사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