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개조] "파티는 끝났다"로 시작된 공공기관 개혁, 파티는 계속됐다
2016-11-15 08:00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지난 2013년 말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기관의 파티는 끝났다"며 공공기관 정상화에 고삐를 죈 이후, 수많은 공공기관 개혁 방안이 나오고 또 실행됐다. 그러나 3년여가 지난 현재 파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공공기관이 커지는 적자 규모에도 높은 보수와 과도한 복리후생 등 국민의 반감을 샀던 과거 모습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는 지적이다.
외형적으로는 복리후생을 줄이고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 도입했으며 각 기관의 중복된 기능을 조정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공공기관장 4명 중 1명은 낙하산일 정도로 아직 개혁은 겉핥기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개혁 상황이 진행될 때마다 보도자료를 내면서 성과 알리기에 주력했다.
지난 2013년 12월 방만경영과 부채 문제를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이후 정부는 지난해 8월 공공기관 302곳 전체가 방만경영 정상화 계획을 이행, 각종 복리후생 제도 폐지로 매년 2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대한주택보증은 자사고·특목고에 다니는 자녀 수업료를 전액 지원해 주던 것을 국공립고 수준의 지원으로 바꿨다.
무역보험공사는 직원들에게 주던 자녀 대학입학 축하금 200만원을 없앴다. 인천공항공사에선 자녀 영어캠프 지원비(96만원)가 폐지됐다.
이와 함께 정년 연장으로 인한 청년 고용절벽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 임금피크제도 도입했다. 지난해 313개 전 기관이 도입을 완료, 올해 4400여개 일자리가 늘었고 공공기관 신규채용 규모는 1만8000명으로 증가했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역시 지난 1월 정부의 권고안 발표 후 약 4개월 반 만에 120개 공공기관이 모두 확대 도입을 완료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또 각 분야별 공공기관의 기능조정 방안도 마련, 부실 사업의 생산 및 인력 감축, 사업 조정, 공공기관 통폐합 등도 추진됐다.
◆ '환골탈태' 기대한 공공기관…낙하산 기관장 등 현실은 아직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공공기관의 환골탈태는 확연히 눈에 띄어야 한다. 그러나 공공기관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505조 원으로 국가부채 590조 원과 맞먹는다. 공공기관 수는 2013년 295개, 2014년 304개, 지난해 316개, 올해 6월 기준 323개로 계속 늘고 있다.
또 지난해 298개 공공기관 가운데 37.2%(111개)가 적자를 냈다.
유형별로 공기업은 16.7%가 적자였고, 준정부기관은 36.9%, 기타공공기관은 40.0%로 나타났다.
지난 3년 잇따라 적자를 낸 공공기관은 43개로 이들의 적자 규모는 2013년 1조5241억원에서 2014년 2조2985억원, 2015년 5조2322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중 한국석유공사의 적자 규모가 지난해에만 4조5000억원으로 가장 컸다. 3년간 누적 적자는 6조8272억원에 달했다.
이와 함께 올해 발표된 에너지 분야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을 보면 공공기관 개혁은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분야는 공공기관의 자산 규모가 총 255조원, 부채가 170조원에 이르는 등 자산과 부채 규모가 큰 공공기관 27개가 모여 있다.
당시 통폐합되는 공공기관은 기초전력연구원, 국립생태원, 낙동강생물자원관, 호남권생물자원관,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등 5곳에 그친다. 규모가 작거나 공적 영역에서 역할이 미미한 기관들이어서 통폐합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고질적인 기관장 낙하산 문제는 여전했다.
최근 공공운수노조 사회공공연구원이 발표한 '박근혜 정부 4년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공공기관장 총 401명 중 낙하산 인사가 107명(26.7%)에 달했다.
기관장 4명 중 1명은 정치권 출신이거나 현 정권과 학연·지연 등으로 얽힌 '보은성' 인사라는 의미다.
기관 유형별로 보면 현 정부 출범 후 임명된 공기업 기관장 39명 중 14명(35.9%), 준정부기관장 105명 중 29명(27.6%), 기타공공기관장 257명 중 64명(24.9%)이 낙하산 인사에 해당됐다.
상임감사 낙하산은 더 심각했다. 현 정부 출범 후 임명된 공공기관 상임감사 138명 중 87명(63%)이 낙하산 인사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과 인연을 맺거나 새누리당 등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던 인사들이 대거 임명됐다"고 설명했다.
◆ 공공기관 개혁, 국민 눈높이 맞춘 실질적 개혁 필요
국민은 아직도 공공기관이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해있고 변화·개혁에 미온적이라고 평가한다.
공공기관이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은 시장독점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부족하니 사업에 대한 책임성이 부족해지고 개인복리후생의 지속적 확대 등 부작용으로 인해 경영성과가 좋을 수 없다.
또 적자규모가 과다한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사업재편 등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해야 하지만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흉내 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파티가 끝났다고 말한 이후 3년이 지난 지금도 개혁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공공기관도 입사만 하면 평생이 보장되는 '신의 직장'이 아닌 시대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발전해 가는 '혁신의 직장'이 돼야 한다"며 "공공부문 개혁이 노동·금융·교육 등 다른 부분을 선도하도록 구조개혁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개혁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기관장 인사의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회공공연구원 관계자는 "정부는 성과주의에 기반을 둔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고 있으나 공공기관의 성과 저하는 낙하산 인사 탓"이라며 "지난 10년간 공공기관을 망쳐 오면서 그에 대한 책임은 없이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는 정부 잘못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