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라디오 시대②] 라디오 부스에서, '별밤' 김현수 PD
2016-11-11 19:47
[편집자주] 즐기고 볼 것들이 넘쳐나는 지금, 라디오의 위기를 논하는 것은 이미 너무 새삼스러운 일입니다. 영국 밴드 더 버글스가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고 외친 것이 이미 1980년이니까요. 하지만 끊임없는 위기론에도 라디오는 끊기는 법이 없었습니다.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미디어를 통해 당신과 거리를 좁히고 보이는 라디오, 팟캐스트와 같은 주문형 방송으로 다각적 접근을 이끌어 내면서 라디오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도 라디오 시대!"라고 외치는 이유입니다. 뒤숭숭한 시국에 절망했나요? 고단한 삶에 지쳤나요? "지금 라디오를 켜 봐요. 이 세상 모든 아름다운 노래가 그대를 향해 울리"니까요(신승훈의 노래 '라디오를 켜 봐요').
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딴 따란 따란' 오프닝 음악만 들어도 '아!' 하고 반가운 마음이 드는, '별이 빛나는 밤에'는 한국 라디오의 역사에 깊이 자리한 '국민 프로그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9년 DJ 오남열과 함께 시작한 '별이 빛나는 밤에'는 3년 뒤면 50주년을 맞는다.
반백년을 청취자들과 함께한 '별이 빛나는 밤에'의 연출을 맡고 있는 김현수 PD를 최근 아주경제가 서울 마포구 MBC신사옥에서 만났다. 심야 방송 연출을 맡는다는 건 낮과 밤이 바뀐다는 것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다른 이들이 귀가할 때 김현수 PD의 일과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을 쏟는 건 라디오란 매체가 가진 묘한 특성 때문일 것이다. 특히 김현수 PD처럼 어릴 때부터 라디오를 들으며 자란 이들의 경우 더 그렇다. 그는 어린 시절 라디오에서 성우들이 하는 짤막짤막한 드라마를 들으며 자랐다. 자신이 연출을 맡고 있는 '별이 빛나는 밤에'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내가 '응답하라 1988' 시대"라며 "확실히 '별이 빛나는 밤에'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고백했다.
1996년 입사해 '여성시대',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등 여러 굵직한 프로그램을 연출한 그는 라디오가 시대와 함께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M 방송이 개국하면서 좋은 음질의 음악을 제공하게 됐던 것은 라디오의 기술적인 큰 진보였다. 프로그램 차원에서 보자면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 지금 종합편성채널 등에서 하고 있는 여러 가지 뉴스 시사 프로그램들을 가만히 살펴 보면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이 많다. 단적인 예로 '시선집중' 이전에는 정치인들이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며 날것의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출근 준비를 할 때, 외로운 저녁 등 라디오가 생각날 때야 셀 수 없이 많을 터. 김현수 PD는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라디오의 매력으로 '스토리'를 꼽았다.
"매체로서 라디오가 갖는 가장 큰 매력은 이야기라고 봐요. 편집되지 않은 스토리, 날것 그대로 모습을 드러내는 살아온 이야기 등. 지금의 고민, 갈등, 기쁨 등을 가장 편하고 손쉽게 전달할 수 있는 매체는 라디오 아닐까요. 짧은 몇 줄 안에도 그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누군가는 그걸 전하고 싶고 또 누군가는 피드백 해주고 싶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