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라디오 시대②] 라디오 부스에서, MBC 허일후 아나운서
2016-11-11 19:46
[편집자주] 즐기고 볼 것들이 넘쳐나는 지금, 라디오의 위기를 논하는 것은 이미 너무 새삼스러운 일입니다. 영국 밴드 더 버글스가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고 외친 것이 이미 1980년이니까요. 하지만 끊임없는 위기론에도 라디오는 끊기는 법이 없었습니다.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미디어를 통해 당신과 거리를 좁히고 보이는 라디오, 팟캐스트와 같은 주문형 방송으로 다각적 접근을 이끌어 내면서 라디오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도 라디오 시대!"라고 외치는 이유입니다. 뒤숭숭한 시국에 절망했나요? 고단한 삶에 지쳤나요? "지금 라디오를 켜 봐요. 이 세상 모든 아름다운 노래가 그대를 향해 울리"니까요(신승훈의 노래 '라디오를 켜 봐요').
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MBC 아나운서 허일후는 참 바쁜 '라디오스타'다. 2006년 MBC 아나운서실에 입사한 그는 2009년엔 '하이-파이브 허일후 입니다'를 진행했고 2011년엔 '세상을 여는 아침' DJ로 아침을 열었다. 11월 현재 오전 4시부터 청취자들과 만나는 '비포 선라이즈 허일후입니다'를 진행하고 있다. 힘차고 안정적인 목소리 톤을 가진 아나운서답게 주로 오전 5시부터 7시 사이의 프로그램을 맡았다. 그 외에 '두시의 데이트', '심심타파', '별이 빛나는 밤에', '정오의 희망곡' 등의 프로그램에서 게스트로 활약했다.
"신입 때 사내 오디션을 봐서 라디오 부스에 입성하게 됐어요. 그때 '드디어 라디오를 하게 됐구나'라고 생각을 했죠. 2006년도에 영화 '라디오스타'가 개봉을 했는데 그 영화에서 전파가 쫙 뻗어나가는 장면이 나와요. 그걸 보고 엄청 울었거든요. '이젠 내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많은 사람들에게 저렇게 다다르겠구나' 싶어서요. 라디오 부스에 들어가던 순간은 바로 그걸 실감하던 순간이기도 했죠."
라디오의 매력에 누구보다도 공감하는 그는 라디오가 전에 비해 '마니아틱' 해진 것을 인정하면서도 "라디오는 다른 일을 하면서 같이 들을 수 있고 오히려 다른 일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일대일 매체이기 때문에 외롭거나 심심할 때 들으면 마치 내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매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운전하고 갈 때 비슷한 시점에 옆 차 운전자가 자신과 같이 웃음이 터지는 걸 볼 때 묘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경험담도 꺼내놨다.
라디오 DJ를 하고 난 뒤 가장 좋은 점은 평소 동경하던 뮤지션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친해졌다는 점이다. 그는 '세상을 여는 아침'을 진행할 때 좋아하는 가수들이 게스트로 나오면 '팬이에요'라는 말 대신 가지고 있던 그 가수의 CD를 건넸다고 한다. 에픽하이, 이승환과 그렇게 친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