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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광화문 대규모 민중총궐기대회… "평화시위가 더 강력하다"

2016-11-10 12:47

12일 광화문 대규모 민중총궐기대회… 평화시위가 더 강력하다

12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016 민중총궐기 집회'가 열린다. 주최 측은 50만~100만명이 운집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여론이 연일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12일 대규모 민중총궐기 대회가 평화집회로 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곳곳에서 평화적 시위문화를 넘어 준법 시위문화를 만들어가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 쇠파이프, 사다리, 로프, 물대 등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모든 집회가 불법폭력 시위로 변질되지는 않았지만 전진하려는 참가자와 이를 막으려는 경찰 간의 충돌이 벌어졌다.

이번 주말 시위도 물리적 충돌 위험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평화적인 시위가 돼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릭가 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지난 8일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겠다는 신고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조합원 10만명이 당일 오후 5~10시까지 서울광장에서 출발해 청와대에서 200m 떨어진 청운동주민센터 앞까지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청와대 인근 집회는 100m 이내일 경우에만 금지된다.하지만 경찰은 행진을 광화문광장 중앙의 세종대왕상 이남까지만 하도록 주최 측에 제한 통고했다. 이는 행진을 사실상 금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말이 제한 통고일 뿐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불통의 금지 통고"라며 반발했다.

이날 도심 곳곳에서 보수성향 단체와 집회 참가자간 마찰도 예상된다. 대한민국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는 지난 8일 인터넷 카페에 정광용 회장 명의의 글 '가자! 서울역으로, 가자! 광화문으로!'를 게시했다. 오는 19일 대규모 맞불 집회를 예고한 것이다.

일부 회원들은 12일 광화문으로 몰려나와 맞불 집회를 열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2차 집회에서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는 평화적 시위를 벌이던 고교생 김모씨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이에 격분한 엄마부대 일부 회원들이 또다시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겠다는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이번 집회는 민주노총 등에서 인원을 대거 동원하는데다 야3당도 장외투쟁에 역량을 쏟기로 한 만큼 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 집회가 될 전망이다.

주최 측은 당일 최소 50만~100만명, 경찰은 16만∼17만명을 예상한다. 지난 2008년 촛불집회 중 최다 인원이 모인 6월 10일에는 주최 측 추산 70만명, 경찰 추산 8만명이 모였다. 경찰 추산으로는 2008년 규모를 훨씬 웃돈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선진국형 평화적 시위문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나왔다. 청년참여연대 김주영씨는 "물리력 행사보다는 보편적 분노 자체를 모으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면서 "우리들의 시위 문화도 보다 질서정연하고 성숙된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대학생 김미현씨는 "정말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에 대해 분통함과 실망감이 너무 크다"면서 "하지만 아무리 억울하고 분노감을 감출 수 없다고 해도 폭력을 앞세운 시위는 우리가 요구할 사항을 100% 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뚜렷한 소신을 드러냈다

한양대 이성민 교수는 "시위 문화는 광장에서 벌어지는 대중의 문화적 연대로 진화하게 됐다"면서 "평화적 시위문화를 넘어 준법 시위문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평화적인 분위기가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앞서 촛불집회에 나온 시민들은 '경찰 통제를 잘 따르자' 또는 '폭력적인 행동은 안 된다'고 곳곳에서 입을 모았다.

교복 차림의 중·고생, 아이와 함께 나온 가족, 주말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등 다양한 계층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다 보니 차분하고 비폭력적으로 집회가 진행됐다.

집회가 마무리 될 때쯤에는 일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뒹구는 쓰레기와 팻말을 치우거나, 대치하던 경찰들에게 '고생했다'며 박수를 건네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11월경 고 백남기 농민이 사망에 이르게 된 민중총궐기대회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철민 바른혁신사회만들기 대표는 "경찰과 대치해 부상을 당하면서까지 청와대로 가려는 움직임이 큰 의미가 있느냐는 여론이 많아졌다"면서 "과거와 달리 지금은 질서정연하게 시위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돼 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