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미국' 등장, 중국에 미치는 영향은?

2016-11-10 14:25
경제적으로는 타격 전망, 전반적으로는 기회와 도전 공존

[사진=연합뉴스/AP]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전 세계의 예상을 뒤엎고 백악관 입성을 예약했다. 이와 함께 이후 달라질 미국과 이에 따른 세계의 변화, 경제에 대한 영향 등에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관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가 주목된다. 중국 언론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노선이 명확한 만큼 경제에는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며 외교와 안보 측면에서는 기회와 도전이 공존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중국망(中國網), 홍콩 봉황망(鳳凰網) 등이 9일 최근 분석을 종합해 정리한 트럼프 행정부 출현이 중국에 미칠 영향은 아래와 같다.

△ 예측불가능 동아시아, 도전인가 기회인가
 
 
우선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했던 '아시아 회귀(재균형) 전략',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의 지속적 추진이 어려워져 중국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 전략은 모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꺼내든 카드다. 특히 트럼프는 TPP에 대해 "배드 딜"이라며 비판해왔다. 

하지만 중국망은 트럼프는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고 '아메리카 퍼스트'를 표방하는 만큼 기대만큼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봤다. TPP관련 주장이 선거 유세에 그칠 수 있다며 "TPP는 본질적으로 미국이 주도하고 미국을 위한 것"으로 "이를 근거에 생각하면 트럼프가 관련국과 동맹 강화에 속도를 올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한층 가열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시했다. 중국망은 앞서 트럼프가 "미국 해군이 남중국해에서 필요한 군사적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며 군사력을 증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을 들어 남중국해 내 갈등 양상이 한층 격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 무역전쟁 가열, 中 제품에 45% 관세 부과하나
 
[사진=아주경제DB]

트럼프는 대선 레이스 중 유세에서 "중국이 미국을 강간(rape)하고 있다"는 파격적인 비유를 들어 미·중간 무역 적자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 제품에 최고 45%의 폭탄에 가까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공약을 실현될 경우 중국 수출은 물론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봉황재경은 이러한 공약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겠지만 트럼프 차기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의 방직, 화학공업, 철강, 고무 등 특정분야 제품에 반덤핑, 반보조금 등 징벌형 관세를 늘려갈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맥스 보커스 주중 미국대사는 "45% 관세부과가 실현될지 여부는 지켜볼 문제지만 공약 중에는 후보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추진할 수 없는 사안이 많다"며 실행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외화유출 심화되나
 

[사진=아주경제DB]


보호무역주의 차원에서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환율조작국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이에 대한 보복형 조치로 징벌형 관세폭탄을 부과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앞서 트럼프는 "취임 첫 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 공약한 바 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이는 중국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키워 중국 내 외자 엑소더스에 기름을 부을 전망이다. 위안화 절하 압력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중국 기업이 위안화 약세로 '이득'을 보는 것을 막고자 달러 절하에 나설 수도 있다고 봉황망은 설명했다. 트럼프가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대해 수 차례 불만을 내비친 것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국 연준의 움직임, 재무부 등의 반응으로 볼 때 하루 아침에 통화 정책 기조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또, 트럼프가 미국 기업의 '귀환'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기업소득세를 낮추고 세제 혜택을 제공할 경우 이 역시 중국 환율 시장에 압박이 될 수 있다. 미국 기업의 엑소더스가 외화유출에 속도를 붙이고 이것이 다시 위안화 절하 압력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 미·중 대립각 커져도 '중국' 존중
 

[사진=바이두]


강경한 외교정책,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미국과 중국의 대립각은 커지겠지만 미국은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 발전을 계속 중시할 전망이다. 봉황망은 최근 일부 외신이 "트럼프는 친중국파가 보낸 스파이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면서 "이는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태도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본적으로 양국간 협력과 발전의 틀은 유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 4월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비난하면서 "내가 당선되면 '아메리카 퍼스트'를 실현하는 동시에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발전을 모색하겠다"며 "새로운 번영의 시대에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 애써 얻은 '파리협정' 물거품 될까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에도 '적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195개 협약 당사국이 체택한 '파리협정'은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이산화탄소 감축의무를 다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파리협정 체결은 중국과 미국의 극적 합의가 큰 힘이 됐다. 

모로코에서 개최 중인 제22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는 구체적 추진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 소식과 함께 순조로운 이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트럼프는 파리협정이 미국 기업에 부정적이라며 반대해왔다. 

중국도 이를 주목하고 있다. 셰전화(解振華) 유엔기후협약 중국 대표는 이에 대해 "현명한 지도자라면 모든 정책이 세계 발전을 위한 흐름을 따라야 함을 알 것으로 믿는다"며 유지를 원한다는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