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선] 가뜩이나 수출 부진한 데…보호무역주의 확대로 한국경제 '쓰나미' 경보(종합)

2016-11-09 17:20
유일호 "트럼프 당선, 경제 부정적 파급효과"…"24시간 모니터링 체제 전환"
이주열 "시장불안 각별히 경계해야…불안 고조시 안정화 대책 적극 시행"

아주경제 원승일·문지훈·노승길 기자 =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향후 한국경제에 쓰나미가 몰아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형적인 수출의존형 국가인 한국은 자유무역주의를 등에 업고 성장을 이뤄왔다.
그러나 극도의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의 정책에 가로막혀 가뜩이나 부진한 수출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보호무역주의 거세지는 美…한국경제 타격은?

트럼프는 선거기간 내내 자신의 최대 지지기반인 쇠락한 산업단지(러스트벨트)의 백인 노동자 표심을 노리고 미국이 체결한 모든 무역협정을 싸잡아 비판해 왔다.

특히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 '재앙'이라고까지 매도했다.

트럼프가 공약대로 한미FTA 전면 재협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지만 만약 미국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FTA는 양국 중 한 국가가 협정 종료를 일방적으로 서면 통보하면 6개월 내 종료하도록 규정돼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가 원점 재검토된다면 2017년부터 5년간 수출 손실이 269억 달러(약 30조원)에 달하고 약 24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당선될 경우 발생할 예상 손실인 119억 달러에 2배를 훌쩍 넘는다.

재협상으로 타격이 가장 큰 산업은 자동차로 수출 손실이 133억 달러(약 14조8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유발액과 부가가치유발액도 각각 68조원, 18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우리나라가 가입을 저울질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FTA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무역장벽 철폐와 시장개방을 통한 무역자유화를 목적으로 한다.

보호무역주의의 대항만인 셈이지만 트럼프는 취임 첫날 TPP에서 철수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의 재협상을 선언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한국은 여전히 수입규제를 활용하기보다는 규제의 대상이 되는 국가여서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은 우리 수출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일단 수입규제 대상이 되면 최악의 경우 수출 자체가 어려워지고 중소기업은 존폐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실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전일 종가 대비 14.5원 급등한 1149.5원에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 변동폭은 28.6원을 기록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결과가 발표된 지난 6월 24일 33.2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코스피지수 역시 2000선 아래로 떨어지며 전날보다 45.00포인트(2.25%) 하락한 1958.38로 거래를 마감했다.

◆ 정부 "경제에 부정적 파급효과"…대책 마련 고심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점검반을 24시간 모니터링체제로 운영할 계획을 밝히는 등 트럼프의 경제정책 기조에 따른 한국경제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6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의 충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최근의 국내 상황과 결합될 경우 우리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대선 개표가 시작된 이후 미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시장 불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도 주가지수가 하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금융·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한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수시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여는 한편 관계기관 합동점검반을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금융기관의 외화 유동성과 외채, 외화 보유액을 철저히 관리하고, 외화표시 외평채 발행, 거시건전성 조치의 탄력적 운영, 민간부문의 외화자금 조달 등 외화자금 유입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트럼프 후보자의 경제 정책이 제조업 부흥과 인프라 투자확대 등을 통한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우선 목표로 둘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이번 대선 결과로 주가, 금리, 환율 등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자 '긴급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 총리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내여건의 불확실성 등에 비춰 앞으로 시장변동성이 과도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각별한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경우에 따라 시장안정화 대책을 적극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총재는 "한은은 앞으로 금융·외환시장의 움직임을 한층 더 면밀히 주시하고 시장불안이 고조될 경우 정부와 협력해 시장안정화 대책을 적극 시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가 금융·무역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인 만큼 이를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강구하는 데 노력을 경주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