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선] 가뜩이나 수출 부진한 데…보호무역주의 확대로 한국경제 '쓰나미' 경보
2016-11-09 17:19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향후 한국경제에 쓰나미가 몰아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형적인 수출의존형 국가인 한국은 자유무역주의를 등에 업고 성장을 이뤄왔다.
그러나 극도의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의 정책에 가로막혀 가뜩이나 부진한 수출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선거기간 내내 자신의 최대 지지기반인 쇠락한 산업단지(러스트벨트)의 백인 노동자 표심을 노리고 미국이 체결한 모든 무역협정을 싸잡아 비판해 왔다.
트럼프가 공약대로 한미FTA 전면 재협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지만 만약 미국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FTA는 양국 중 한 국가가 협정 종료를 일방적으로 서면 통보하면 6개월 내 종료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당선될 경우 발생할 예상 손실인 119억 달러에 2배를 훌쩍 넘는다.
한경연은 분석을 위해 미국의 관세가 자동차 10%, 섬유 20%, 기타 산업 5% 수준으로 복귀한다고 가정하고 관세가 1% 증가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약 0.59% 감소한다고 추정했다.
재협상으로 타격이 가장 큰 산업은 자동차로 수출 손실이 133억 달러(약 14조8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 보면 기계 47억 달러, ICT 30억 달러, 석유화학 18억 달러, 철강 12억 달러, 가전 11억 달러, 섬유 10억 달러, 법률서비스 8억 달러 등이었다.
일자리 감소도 자동차가 11만9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기계 4만8000명, 법률서비스 2만7000명, ICT 1만8000명, 섬유 1만2000명, 석유화학 9000명, 철강 7000명, 가전 6000명 순이었다.
생산유발액과 부가가치유발액도 각각 68조원, 18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우리나라가 가입을 저울질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FTA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무역장벽 철폐와 시장개방을 통한 무역자유화를 목적으로 한다.
보호무역주의의 대항만인 셈이지만 트럼프는 취임 첫날 TPP에서 철수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의 재협상을 선언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한국은 여전히 수입규제를 활용하기보다는 규제의 대상이 되는 국가여서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은 우리 수출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일단 수입규제 대상이 되면 최악의 경우 수출 자체가 어려워지고 중소기업은 존폐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점검반을 24시간 모니터링체제로 운영할 계획을 밝히는 등 트럼프의 경제정책 기조에 따른 한국경제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미국의 경제정책변화는 우리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며 "특히 보호무역 강화로 대변되는 자국 중심주의가 확산되면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으로도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 대선 시작으로 연내 미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주요이벤트를 앞두고 있다"며 "이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대외 부분에서 예상치 못한 충격이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통상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미국의 통상정책 동향을 예의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한미 FTA 이행 강화 차원에서 관계부처별 주요 대미 통상 현안을 점검하고, 양자 협의채널 강화 등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했다.
또한 미국 측의 수입규제 강화 가능성에 대비, 민관합동의 공동대응체제를 공고히 하고 양자, 다자 차원의 대응방안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