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가실 날 없는 새누리, 한 지붕 두 살림 임박?
2016-11-08 17:08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지도부 퇴진을 놓고 내홍중인 새누리당의 당내 분위기가 갈수록 악화되는 모양새다.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다른 노선을 택한 가운데, '구당(救黨)모임'까지 거론되면서 사실상 '분당'에 가까운 '한 지붕 두 살림'이 임박했다는 평이 나온다. 비주류에서는 이미 비상대책위 체제 전환 등 다음 시나리오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8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비공개 원내대책회의에서 의원들 간 언쟁이 벌어졌다. 누군가 문을 열고 나오면서 "지금 이 마당에 그런 얘기를 할 때냐"라는 고성이 밖으로 새어나왔다. 지도부 사퇴를 놓고 시작부터 설전이 벌어졌던 의원총회 이후 불과 4일만에 다시 충돌이 빚어진 것이다.
그러자 교문위 간사인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당시에는 의혹만 있었던 게 아닌가"라며 하 의원과 목소리를 높여 언쟁을 벌였다. 박명재 사무총장은 도중에 회의장을 나오며 기자들과 만나 "지나치게 주관적인 애당심이 때론 객관적인 당을 망칠 수도 있다"면서 "모두가 자제하고 서로 의견을 존중해야 될 땐데, 자기의 논리만 진리인 것처럼 얘기하니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누가 뭘 막았나, 그럼 내 책임이니까 내가 그만두겠다"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김 원내수석이 사퇴한다는 얘기가 나돌자, 지상욱 의원은 김 원내수석을 만난 후 기자들에게 "회의를 하다보면 아 다르고 어 다른 것 아니겠느냐. 도를 지나친 언사에 언짢았던 것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 의원 뿐만 아니라 현재 당 지도부를 둘러싼 퇴진 압박은 갈수록 수위가 거세지고 있다. 지도부 뿐만 아니라, '최순실 게이트'의 책임을 물어 당내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은 2선 후퇴 또는 정계 은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회의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앞서 당직에서 물러난 김현아 전 대변인과 김종석 전 여의도연구원장, 오신환 전 홍보본부장에 이어 이날은 4선 중진의 나경원 의원이 당 인재영입위원장직을 자진사퇴했다. 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당이 곪아터진 환부를 도려내고 깨끗한 중도보수 가치의 구심점으로 다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이제 강성 진박(진실한 친박)이 후퇴할 때"라고 지적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당의 분열을 막고 대통령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정현 대표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강조했다. 지도부의 유일한 비박(비박근혜) 최고위원인 강석호 의원은 이미 사퇴한 상황이다.
비주류 모임에 참석해 지도부 퇴진을 외쳤다가 불이익을 당했다며 항의하는 사례도 나왔다. 정운천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조정소위 위원이었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배제됐다며 수용을 거부했다. 정 의원은 이날부터 국회 본관에서 1인 시위에 돌입했다.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구당모임'과 같은 별도의 협의체, 사실상 새로운 지도부를 내세워야 한다는 논의가 오가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기 위해 정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말고 '권한대행'으로서 역할을 해 달라는 주문도 있었지만, 정 원내대표가 이를 거부한 상태다.
대통령과 당에 대한 국민 여론이 나빠지면서, 일부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정현 대표가 사실상 사퇴하는 게 맞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어 협의체 구성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이정현 대표는 이날도 꼿꼿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꼬인 정국을 풀어내야 할 책임대표로서 이 상황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최고위 회의에서 제 입장을 말했고 두세번 반복 안해도 다 알아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