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곤혹'·'강경'·'신중'…여야 대선주자들 셈법 각양각색
2016-11-06 11:31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혼란에 빠져들면서 여야 대선주자들도 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고민이 깊다.
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여당 대선주자들은 보수 집권여당의 '책임론'에 휩싸여 박근혜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골몰하고 있다. 반면 야권 주자들은 일제히 박 대통령 '퇴진론'을 주장하면서도 각론에서는 미세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 초대형 악재 맞은 與 잠룡들 '곤혹'
그러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경선을 치렀던 지난 2007년, 핵심 참모를 지냈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당시는 최태민·최순실 의혹이 처음 정치권에서 공론화됐던 때다.
실제로 김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박 대통령 옆에 최순실이 있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나, 다 알았지"라며 "그걸 몰랐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도 말했다. 최 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입을 다물었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최근 남경필·오세훈·원희룡·김문수 등 여권의 대권주자들과 함께 '이정현 대표' 체제 퇴진을 주장하고 나섰다. 친박(친박근혜) 세력의 퇴진을 필두로 여당의 쇄신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유 의원은 지난 4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두고 "국민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에 크게 모자랐다"면서 "여야가 사태해결책을 논의해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 하반기 들어 강연정치를 통해 '공화'·'정의' 등의 가치를 언급하며 '보수 혁신'을 역설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대권주자로 꼽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애초부터 박 대통령과 정치적 노선이 달랐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는 얘기다. 이들은 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를 향한 날선 비판을 쏟아내며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시도에 나섰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 역시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국에 대한 발언을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친박계 후보로 일찌감치 점찍힌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로 지지율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으로 오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당내에선 나온다.
◆ 野 잠룡들, '朴대통령 퇴진' 한 목소리…수위는 제각각
야권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박 대통령 퇴진론을 외치지만, 그 수위는 저마다 다르다. 강경론과 신중함 사이에서 향후 외연 확대를 위한 복잡한 계산에 나선 모양새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중대결심'을 할 수 있다는 최후통첩을 던졌다. 그러나 헌정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대통령 '하야'나 '탄핵'은 거론하지 않으면서, '2선 퇴진'에 방점을 찍었다. 최대한 정치권에서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강조하면서도 사태가 악화될 경우 지도자로서 선두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는 설명이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김부겸 민주당 의원 역시 박 대통령의 2선 퇴진에는 공감하되, 당장 하야나 탄핵과는 선을 긋는 '신중론'을 택했다.
반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박 대통령의 즉각 하야 요구 메시지를 던지며 강경노선을 택했다. 온·오프라인상의 박 대통령 퇴진촉구 서명운동도 펼치며 지지층 규합을 도모하는 모습이다. 조기 대선에 대한 혼란보다 현 대통령 체제로 계속 가는 것이 더 큰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게 안 전 대표의 생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박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며 선명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을 꺾기 위해 반대로 노선을 명확히 했다는 게 박 시장 측 설명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야권 주자들 가운데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이 하야할 시기는 지났고 이제는 탄핵과 구속수사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을 향한 국민 여론이 악화되면서 이 시장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것은 이 같은 입장이 바탕이 됐다.
한편 '제3지대'를 주창하며 민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대표 역시 안정적인 정국 관리에 초점을 맞추며 대통령 하야 등과는 선을 긋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