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평창 지켜낸 조양호 회장, 국가교류사업에서는 들러리에 불과했다

2016-11-04 00:01
-단독 인터뷰 통해 "역할 없었다" 밝혀
-사실상 식물위원장 역할 불과
-비선실세 의혹 관여자들 개입 정황 속속 포착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타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윤태구·이소현·윤정훈 기자 ="나하고 ('한-불 상호 교류의 해')직접 관련이 없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를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또 다른 조직위원장직을 맡고 있던 '2015-2016 한-불 상호 교류의 해(이하 한불 교류)' 사업에서는 사실상 식물위원장 역할에 불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불교류 사업은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화교류사업이다. 2013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에 국빈방문 했을 당시 양국 합의로 시작된 이 사업은 '프랑스 내 한국의 해'와 '한국 내 프랑스의 해'를 연달아 지정, 지난해 9월부터 올해 연말까지 1년 6개월 동안 한국과 프랑스 양국에서 460여개에 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양국 간의 우의를 다지는 것이다.

양국의 관계부처 및 재외공관이 협력해 행사를 조직한 이 사업에 한국 측에서는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등이 참여했고 프랑스 측에서는 외교국제개발부 산하 프랑스 대외문화정책을 담당하는 '엥스티튜 프랑스'가 참여했다.

한국 측 조직위원회는 조양호 회장이 조직위원장을 맡았고 조태열 외교부 2차관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부위원장직을 담당했다. 조 회장은 2000년부터 한-불 최고경영자 클럽 한국측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한국과 프랑스간 교류 증진을 위해 기울인 노력과 활동상이 양국 정부로부터 높이 평가돼 2013년부터 한국 측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조직위에서 행사할 수 있는 예산 규모는 139억원. 문화교류 사업 공모 결과 시각예술, 공연예술, 음악, 영화, 문학, 학술, 미식 및 관광 분야 등에서 1~4차에 걸쳐 총 380여건의 사업이 선정됐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 모든 건에서 조 회장의 역할은 단지 '사인'에만 그쳤다.

3일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빌딩에서 아주경제와 만난 조 회장은 한불 교류 사업에서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내가 한 게 아니다"라며 "직접 관여한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조직위원장인데 문화행사를 잘 모르냐는 물음에는 "내가 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조직위원장이라는 타이틀만 가져간 것을 인정한 셈.

특히 이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으며 온갖 이권개입에 온 몸을 던져 막고, 사임까지 하게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한불 교류사업 사무국 역할을 담당한 예술경영지원센터 관계자는 "개별 사업건이나 사업 공모와 선정 업체 등에 대한 (조직위원장)보고가 올라간 적은 없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한불 교류 사업에 김종 전 차관이 연관돼 있지 않냐고 묻자 "한-불 수교는 외교부에서 하기 때문에 김 차관하고 관계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조 회장의 답변과 달리 이 행사의 사업규모는 총 461건으로 이중 문화사업 분야의 비중이 84%(389건)에 달할 정도로 문체부의 역할이 크다. 더군다나 김 제2차관은 인증 업체 선정부터 발표, 행사 주관 등 대부분을 관할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문체부 역시 조 회장이 조직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조직위 전체로 봤을 때, 조직위원장은 민간인이고 양 부처 부위원장을 제2차관이 맡고 있다"면서 "(조직위원장의) 역할이 특별히 큰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비선실세 입김, 국가교류산업에도?…개입 정황 속속 포착

문제는 조직위원장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사이 한불 교류 사업 곳곳에 비선실세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여부다.

실제로 이 사업에 선정된 면면을 보면, 문체부의 김종덕 전 장관과 김종 전 차관을 비롯해 차은택 감독,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 등과 연관되거나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업체들이 다수 선정됐다.

대표적인 것이 CJ, 한국마사회, 코리아나매니지먼트 등이다.

실제로 CJ는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한류콘서트 행사인 케이콘(KCON 2016 FRANCE)을 연 것도 차은택 감독을 비롯해 위로는 청와대까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나 이 사업은 한-불 상호교류의 해 공식인증사업에는 있지 않았지만 지난 5월 부랴부랴 선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CJ는 자체 예산 40억원을 들여 케이콘 행사를 진행했다.

또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씨에 대한 특혜 제공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마사회 역시 '말산업 심포지엄'을 연다는 이유로 같은 시기, 공식인증사업에 이름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한국마사회는 돈을 대기 위한 역할을 하기 위함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국마사회의 경우 공식인증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경비를 한국마사회에서 대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들의 경우 공모도 없이 인증사업에 선정된 것이라 의혹을 더하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지난 5월 선정된 인증사업은 공모없이 진행된 비예산사업"이라며 "조직위에서 예산안주고 인증만해주는 사업으로 주관업체 즉, CJ나 마사회에서 돈만 부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한불상호교류재단에 사업을 신청해서 선정이 되면 130주년 기념사업 중 하나로 홍보가 되면서 예산 지원을 받는다고 해서 신청했다"면서 "예산 지원에서는 탈락했고, 엠블럼 사용 허락과 홍보 부분만 지원을 받게됐다"고 해명했다.

2차 공식인증사업체로 선정, 프랑스내 한국의 해 공연으로 음악극 '꽁패띠'를 선보인 코리아나매니지먼트의 경우 당초 승마를 시작하기 전인 2010년, 선화예중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있던 정유라씨의 선화음악영재아카데미 경찰교향악단 초청 제1회 정기연주회를 주관한 업체다.

하지만 코리아나매니지먼트 측은 정씨와의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코리아나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정유라씨를)전혀 알지 못한다"며 "인증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예산도 1500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