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최순실 귀국, 이제 권력의 굿판을 치워라
2016-10-30 13:00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21세기판 ‘진령군’(조선 후기 명성황후의 총애를 받은 무당 박창렬 직위)이 난데없이 튀어나왔다. 현대판 ‘신돈’(고려 말 공민왕의 신임을 얻은 승려)도, 동양판 ‘라스푸틴’(제정 러시아 말기의 예언자)도 소환됐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 게이트’ 얘기다.
최순실씨가 30일 오전 7시 37분 전격 귀국했다.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권력의 사유화다. 그것도 국가권력의 정점에 선 청와대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정체불명의 한 여성이 청와대 인사 등을 떡 주무르듯 만졌다. 심지어 대통령기록물도 그의 손을 거쳤다. 최씨의 딸은 대학 부정 입학 의혹에 휩싸였다. 한마디로 권력의 굿판을 벌인 셈이다.
최씨 집안의 국정농단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씨의 부친인 최태민은 ‘영세교’를 창시, 불교와 기독교와 천도교를 조합한 영혼합일법을 주창했다. 교리 없이 사이비 행각을 한 최태민은 육영수 여사 사망 직후인 1974년 박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의 현몽(죽은 이가 꿈에 나타남) 능력을 과시하며 접근했다. 박정희 정권 때도 최태민을 세 번이나 조사할 정도로 그는 비리행위의 총체였다. 최태민의 영적 후계자로 알려진 부녀가 국정농단을 두 대에 걸쳐 저질렀다.
이쯤 되면 개그콘서트에서도 볼 수 없는 ‘블랙 리얼 코미디’다. 이대로는 안 된다. 장관 및 수석 몇 명의 교체로 들불처럼 번지는 성남 민심을 잠재울 수 없다. 대통령 자신이, 대한민국 시스템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낡고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자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