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 1800억 예산도 최순실이 주물렀나

2016-10-28 14:05
TV조선, "2014년 '대한민국 창조문화 융성과 실행을 위한 보고서' 필체, 최씨와 동일"
차은택의 문화창조융합본부, 공개된 문건에 있는 '문화창조센터 건립' 사업 총괄

[사진=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최순실씨가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을 좌지우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TV조선은 27일 최순실씨와 최씨의 측근들이 문화 분야 정책의 틀과 실행안을 짰다고 보도하며 정부 관련 프로젝트 3건과 예산안 2건 등 총 5건의 문건을 공개했다. 했다. 이 안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전해져 예산이 배정되고, 대부분 그대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체부는 이 문건들에 대해 자신들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TV조선은 문건에 적힌 메모의 필체가 대통령 순방일정표에 있던 최씨의 그것과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3건의 사업계획서는 '대한민국 창조 문화융성과 실행을 위한 보고서' '대한민국 문화융성 프로젝트 트루 코리아(True Korea)' '트루 코리아 실행을 위한 보고서'로, 이 중 2014년6월 작성된 대한민국 창조문화 융성과 실행을 위한 보고서에 최씨의 것과 유사한 필체로 '계획안'이란 글씨가 쓰여있다. TV조선에 따르면 '회'를 한 획에 쓰거나 기역 받침을 길게 늘이는 형태가 최씨의 필체와 비슷하고, 최씨가 독일 법인 등기에 사인한 글씨도 이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씨가 동그라미를 친 '문화융합을 위한 아카데미와 공연장 설립' '한식 사업' '킬러콘텐츠 개발' 등의 사업은 실제로 현재 진행되고 있으며, '융복합 상설 공연장'은 제주에 건립하기 위해 장소를 선정하기도 했다. 또한 한식 콘텐츠는 지난해 열린 밀라노 엑스포의 한국관 주제로, 설치 예산만 206억 원에 이른다. 최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차은택씨는 이 문건 작성 이후인 8월 '대한민국 문화융성위원'의 직함으로 '아시아 문화 공생을 위한 UAE와의 문화교류 콘텐츠 제안'이라는 문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2014년 11월 26일 '늘품건강체조' 동작을 배우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가운데)과 이틀 전 최순실씨가 윤전추 청와대 전 행정관과 함께 박 대통령이 입은 것과 같은 옷을 고르고 있는 모습 [사진=TV조선 방송화면 캡처]



'대한민국 국가이미지 통합사업' '문화창조센터 건립' 등 12건의 사업에는 1796억원을 투입하는 예산안이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사업은 '대한민국 국가이미지 통합 작업' 50억원, '관광 콘텐츠 개발 및 보급' 130억원 등 28개 프로젝트로 나눠져 각각 소요 예산이 기재돼 있었다. 

이 가운데 문화창조센터 건립은 차씨가 본부장을 맡은 문화창조융합본부가 총괄해 전국적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공개된 문건들이 2014년 6월부터 9월 사이에 작성됐다는 것이다. 이 시기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경질(7월), 차씨의 대학원 은사 김종덕 교수의 장관 임명(8월), 차씨의 문화융성위원회 민간위원 위촉(8월) 등 최씨 측근들이 문체부에 발을 들인 시점과 겹친다. 유 전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그만둔 뒤로 차씨가 문체부에서 전권을 휘둘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털어놓았지만, 김 전 장관은 각종 의혹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한편 2년간 개발된 '코리아체조' 대신 갑자기 '늘품체조'가 국민체조가 된 데도 최씨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날 TV조선은 최씨가 윤전추 청와대 전 행정관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늘품체조 시연회 당시 입었던 연두색 운동복 상의를 고르는 장면을 내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