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민주당 "靑·政·與, 국민 분노 이해 못해…협상 중단, 태도 변화 촉구" (종합)

2016-10-28 11:11
"대국민 석고대죄, 우병우 사퇴 등 수습 의지 보이라"

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8일 새누리당과의 '최순실 특검' 세부 협상을 중단하고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태도 변화를 먼저 요구키로 했다. 최순실 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농단이 확인됐는데도 여권이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서거나 국정 수습책을 마련할 의지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대통령 탄핵이나 하야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국정 농단의 당사자인 박 대통령의 '셀프 특검'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여당이 여권 인사가 특검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설특검을 고집하면서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이 큰 장벽에 부딪힌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추 대표는 이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 등 3대 선결 요건을 내세워 '최순실 특검'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2016.10.28 [연합뉴스]


◆민주당 "새누리당과 모든 협상 중단" 선언…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이 한마디 사과 없이 협상장에 나와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특검을 임명하라는 코미디 같은 이 상황을 보고 국민이 다시 분노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벌이는 모든 협상을 다시 생각해보겠다"며 여당과의 특검 논의 중단을 선언했다. 

이날 추 대표가 새누리당과의 협상 중단 선언은 새누리당이 상설 특검을 고집한 것이 배경이 됐다. 전날(27일) 여야 3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세부 협상에 돌입했지만 새누리당은 특검 추천 과정에서 여당이 입김이 강하게 반영되는 상설특검을 주장했다. 상설특검은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회장, 국회 추천 인사 4명 등 모두 7명으로 이뤄진 특검추천위원회가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고 이 중 대통령이 한 사람을 선택해 임명하는 구조다. 민주당은 상설특검을 도입할 경우, 셀프 부실 수사가 될 것을 우려했다. 

또 박 대통령의 '2분짜리 일방적 사과' 이후 지지율이 폭락하고 각계에서 하야 요구가 빗발치는 등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야당이 강경책을 펴도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참모진과 집권당의 안일한 상황 인식을 지적하며 공세를 강화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 "靑·政·與, 국민 분노와 요구 제대로 파악 못 해…태도 변화 볼 것"
 

연일 커져가는 최순실씨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시민들이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2016.10.27 [연합뉴스]


추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여전히 문제 핵심인사들이 큰소리를 치면서 국정을 쥐고 있다"며 "국정의 맥을 쥐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책임감 운운하며 청와대 비서진의 사퇴를 가로막고 허수아비 총리가 장관 모아 국정정상화를 위한 간담회를 갖고 있다"며 청와대의 쇄신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의 대국민 석고대죄 △우병우 민정수석의 사퇴 △최순실 부역자의 전원 사퇴를 협상 재개의 3대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는 "청와대와 정부와 집권 여당이 먼저 사죄하는 마음으로 국민의 상처를 이해하고 국정 위기를 수습하겠다는 자세를 보인다면 그때 새누리당과 국정 정상화를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정국을 대하는 청와대와 정부의 태도가 매우 안이하고 국민의 분노와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청와대가 이 사건의 진원지인데 새누리당은 상설특검으로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게 하자고 한다. 미르·K 스포츠 재단 증인 채택 과정에서 주요 증인의 출석을 막은 새누리당이 국민에게 사과도 없이 넘어가느가"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협상을 중단하고,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태도를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대통령 퇴진을 요구할 경우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을 감안, 탄핵이나 하야와는 선을 그었다. 우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민의 분노를 담으면서 국가가 더 큰 혼란에 빠지지 않게 해야 하기 때문에 정의당의 탄핵이나 하야 움직임에 같이 갈 생각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