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정치권 해법 '백가쟁명'…내각 교체·탈당·하야 요구까지

2016-10-26 16:30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최순실 게이트'가 사실상 정국의 블랙홀이 됐다. 청와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 씨가 국정에 깊이 개입했다는 각종 의혹의 근거가 하나둘 밝혀지며, 정치권도 사태 수습을 위한 해법을 제각각 내놓고 있다.

야권은 특검을 강하게 요구하며 청와대 비서진 교체를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대통령 탄핵, 하야 목소리도 나온다. 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도부 사퇴, 대통령 탈당 등을 거론하고 있다.

26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해 "비상식적인 박근혜 정부에서 수석과 장관은 그저 꼭두각시에 불과했다"면서 "이쯤 되면 스스로 사표를 던져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추 대표는 이어 "증거인멸에 혈안이 되어있을 최순실을 대통령은 하루빨리 불러들여야 한다"면서 "청와대 비서진을 전면 교체하고 특검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최순실 사태를 특검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것을 이날 당론으로 정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모든 것을 자백하고 국정을 전면 쇄신할 수 있는 혁명적 대책을 내셔야 한다"면서 "그 첫걸음으로 오늘 당장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을 해임하는 것으로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긴급성명을 내고 대통령의 탈당과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문 전 대표는 "대통령은 다시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용서를 구하고, 대통령 스스로 관련된 사람들과 함께 검찰 수사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당적을 버리고 국회와 협의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면서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강직한 분을 국무총리로 임명해, 국무총리에게 국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고 거국중립내각의 법무부장관으로 하여금 검찰 수사를 지휘하게 하라"고 요구했다.

민병두 전 민주정책연구원장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상시국회의에서 거국내각안을 만들어 대통령이 수용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거국내각에서 최순실우병우 특검 도입과 검찰개혁, 북핵위기와 경제위기 관리, 선거중립 등 3대 과제를 이행하고 청와대는 관리형 비서실로 즉각 전면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최순실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탄핵, 하야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야권은 이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민주당 소속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하고 야권은 탄핵을 준비해야 한다, 통치 권한을 사이비교주의 딸에 넘긴 것은 대통령임을 부인한 것"이라며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하고 대통령은 하야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무소속인 윤종오·김종훈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은 조건없이 하야해야 한다,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국회는 탄핵 소추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들은 "국민이 나서야 한다"면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해 힘을 모아 싸우자고 호소했다. 

새누리당에서는 비주류를 중심으로 당 지도부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종구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친박(친박근혜) 지도부가 들어선 게 대통령에게는 약이 못 되고 오히려 독이 됐다"면서 "지도부가 대오각성해 선을 긋고 필요하다면 사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김용태 의원 또한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 중간에 기자들과 만나 "당이 국정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면서 "비대위 체제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전날 여당 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대통령의 탈당도 주장했다. 이날 김 의원은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건을 "역사상 최악의 국기 파괴 사태"로 규정하며, "대통령이 집권당의 당적을 유지하고 있으면 특검에 아무래도 부담이 된다는 차원에서 탈당은 대통령이 (당에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