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한달]공무원 외부인 만나지 않아…인근 식당도 죽을 맛
2016-10-26 15:55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중앙 정부부처 공무원인 B씨는 청탁금지법 시행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외부인과의 식사는 일절 거절하고 있다. 각자 계산(더치페이)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마저도 입방아에 오르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아예 약속을 고사하고 있다. B씨는 "후배들과 밥을 먹고도 더치페이를 한다는 게 아직은 껄끄럽더라"며 "법에 관한 명확한 사례가 나오기 전까지는 몸을 사리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고급 음식점을 운영하던 A씨는 최근 가게를 매물로 내놨다. 2014년 문을 연 이후 하루 평균 200만원 이상의 매출이 나올 정도로 장사가 꽤 잘됐었기에 A씨는 올해 초 2호점을 낼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추락할지는 몰랐다. 그렇다고 법시행 이후 상황에 소홀히 대비한 것도 아니다. 법 상한선인 3만원 이하의 메뉴를 개발하고 주류 무료행사를 시작하는 등 나름의 해법을 마련했으나 여파는 상상 이상이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관가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공무원들은 인근 식당을 이용하는 대신 청사내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등 첫 적발사례에 걸리지 않기 위해 눈치를 보고 있다.
한 공무원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식사자리는 그냥 해도 상관없지만, 행여나 입방아에 오르지 않을까 싶어 일단 만남 자체를 꺼리게 된다"며 "일부 부서는 식사때마다 몇천원씩 걷는 게 번거로워 과장부터 막내 직원까지 밥값을 갹출해 모아놓고 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공무원이 주된 손님이던 정부부처 인근 식당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종업원을 해고한 식당이 있다느니, 어느 집이 문을 닫았다느니 하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실제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조사한 결과 정부와 공공기관이 몰린 세종특별자치시 소재 한우 고깃집의 경우 최대 70%까지 매출이 줄었다.
한 일식집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손님들이 발걸음이 뚝 끊긴 마당에 일단 오신 손님들은 3만원이 넘지 않는 메뉴를 찾는다"라며 "주변 고급식당가도 우리와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