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클린턴 22년째 중국비판 발언
2016-10-24 10:03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최근 폭로전문매체인 위키리크스를 통해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발언들이 대거 공개됐다. 이 중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면, 태평양을 미국해로 부를 수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손에 넣는다면 미사일방어망으로 중국을 포위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들은 중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클린턴은 과거에도 지속적으로 중국에 적대적인 발언들을 해왔고, 중국인들 역시 클린턴의 발언들과 중국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잘 알고 있다.
지난 6일 미국 설문조사 기관인 퓨(Pew) 리서치센터가 중국에서 성인남녀 31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35%의 응답자가 클린턴에 대한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에 대한 비우호적인 태도는 40%였다. 중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은 트럼프가 선거유세기간 내내 중국을 직설적으로 비난해왔으며 여러가지 스캔들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두 후보의 비호감도 격차가 5%P에 불과하다는 것은 그만큼 클린턴에 대한 중국내 비호감도가 높다는 해석을 내릴 수 있다. 클린턴의 과거 중국과 관련된 발언들을 소개해본다.
◆1995년 중국비난무대 데뷔
1995년 클린턴은 미국 퍼스트레이디 신분으로 베이징에서 개최된 세계여성대회에 참석하면서 중국비난무대에 데뷔했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사태가 발생한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던 당시 중국은 클린턴에 발언수위를 조절할 것을 요구했지만, 클린턴은 "인권은 여성의 권리이고, 여성의 권리는 인권"이라고 중국을 비판했다. 또한 당시 중국의 계획생육정책을 정면으로 비난하고는 중국의 인권상황이 열악하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당시 베이징은 관영언론들에게 클린턴의 베이징방문 관련기사들을 보도하지 말 것을 지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독이 든 생선과 장난감”
클린턴의 반중국발언은 2008년에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2008년은 그가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경선후보를 두고 경쟁할 때였다. 클린턴은 그해 2월 워싱턴에서의 선거유세에서 “부시정부가 집권했던 지난 7년동안의 정책은 중국으로 하여금 미국의 최대 채권자가 되게 했고, 중국의 철강이 미국에 수출되고, 미국의 일자리가 중국으로 넘어가게끔 했지만, 결국 미국이 얻은 것은 독이 들어있는 생선과 장난감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인권은 미국 외교 정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며, 중국의 인권상황을 반드시 전세계에 알려야 한다”며 “나는 중국을 어떻게 다룰지를 알고 있으며, 상황들은 모두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고스란히 중국에 소개됐고, 중국인들을 분노케했었다.
◆”베이징올림픽 불참하라”
2008년은 중국이 베이징올림픽을 개최하며 전세계에 굴기를 알리던 때였다. 중국 인민들은 똘똘 뭉쳐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응원했지만, 클린턴은 이를 두고서도 각을 세웠다. 클린턴은 당시 "티베트의 무력충돌과 수단 다르푸르 학살사태를 중단하기 위해 중국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이런 상황은 부시 대통령이 지도력을 보일 수 있는 기회"라며 “부시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티베트와 수단 사태야말로 부시 행정부가 지금까지 대(對)중국 정책에 있어 인권문제를 얼마나 소홀히 했는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개막식에 불참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남중국해는 미국의 국가이익”
2009년 미국 국무장관에 오른 힐러리는 미국의 아시아회귀를 이끌었으며 아시아 분쟁지역 곳곳에서 중국과 정면충돌했다. 2010년 7월23일 힐러리는 베트남을 찾아 남중국해 항행 자유와 안전문제를 거론하며 "남중국해 분쟁은 미국의 국가이익에 관련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이 남중국해 분쟁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었다. 중국의 입장인 ‘당사국간들의 개별대화를 통한 해결’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었다. 이후 미국은 남중국해문제를 두고 개입의 강도를 높여가며 중국과의 대립을 이어왔다.
◆”(민주화 열망 탄압은) 헛수고”
중동지역에서 잇단 민주화시위(자스민혁명)가 벌어지던 2011년 클린턴은 미국 국무장관 신분으로 또다시 중국을 자극했다. 클린턴은 그해 5월 ‘애틀랜틱 매거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은 (자스민혁명에 대해) 무척 걱정하고 있다"며 "그들(중국공산당)은 역사를 멈추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는 헛수고(fool's errand)"라고 깎아내렸다. 중동에서 독재정권이 붕괘됐듯, 중국공산당 1당독재도 역사의 흐름에 따라 무너질 것을 암시하는 발언이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장위(姜瑜) 대변인은 곧바로 "중동의 혼란을 중국으로 확산시키려거나 중국인이 자주적으로 선택한 발전의 길을 변화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모두 헛수고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프리카 단물만 빼먹어서야”
2012년 8월 클린턴은 아프리카를 순방하면서 이 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에 견제구를 날렸다.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은 "외부인이 아프리카에 들어와 단물만 빼먹고 나서 떠나는 날은 이제 끝났다"며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다른 방식의 접근법이 더 쉽고 이익이 많이 나더라도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모든 협력국이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2009년 아프리카와 교역규모에서 미국을 앞지른 데 이어 지속적으로 최대무역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댜오위다오 일본 행정권 범위”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들어선지 2개월여가 지난 2013년 1월18일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 워싱턴DC에서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회담후 기자회견에서 클린턴은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 열도) 문제에 대해 "미국은 영유권에 대해서는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면서 "다만 센카쿠 열도가 일본 행정권에 포함된다는 점을 인정하고, 일본 행정권을 훼손하려는 일방적인 행위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 역시 중국의 강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훙레이(洪磊) 당시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사실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하는 미국측의 발언에 대해 강력한 불만과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면서 "우리는 미국이 책임있는 태도로 댜오위다오 문제를 대하고 언행에 신중을 기해주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미봉책으로 가리는 독재정권”
클린턴은 2013년2월 국무장관에서 퇴임했다. 이후 그의 대중국 강경발언은 줄었다. 하지만 2014년 6월10일 힐러리가 집필한 회고록 ‘힘든 선택(Hard Choices)’에서 중국을 자극하는 문구가 대거 다시 등장한다. 책에서 힐러리는 중국을 '모순 덩어리'라며 깎아내렸다. 책은 "심각한 문제를 미봉책을 가리려는 독재정권이 나라를 이끌고, 1억명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적었다. 중국을 '아시아에서 반민주주의의 진원지'로 규정하기도 했다.
◆”남중국해 중국영해라면 태평양은”
그리고 폭로전문 매체인 위키리크스는 지난 13일 클린턴이 2013년 4월 초 골드만삭스 직원을 대상으로 했던 강연록을 폭로했다. 이 중 중국에 대한 발언들은 또다시 중국인들의 감정을 자극시켰다. 클린턴은 “중국이 남중국해 전부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면, 미국도 태평양을 '미국해(American Sea)'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도 발언했다. 클린턴은 "우리가 태평양을 해방시켰으며 우리가 태평양을 방어했다"며 "우리는 태평양을 미국해로 부를 수 있으며 여기에 캘리포니아 서부 해안에서 필리핀까지 가는 모든 항로가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