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국판 ‘아이폰의 성지’서 엿본 KT의 자신감

2016-10-23 12:22

KT는 아이폰7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아이폰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한 점을 강조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사진=한준호 기자)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서울의 중심 광화문 세종대로 한복판에 위치한 KT스퀘어.

한국의 애플 마니아들은 이곳을 ‘대한민국 아이폰의 성지(聖地)’라 부른다. 지난 2009년 11월 KT가 국내 최초로 아이폰3GS를 도입해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화려한 개통행사를 치른 뒤, 아이폰4 출시 이후 개통행사가 모두 이곳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KT스퀘어에는 대한민국 아이폰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미국의 성지라 불리는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한국판인 셈이다. KT 광화문 사옥 1층에 위치한 KT스퀘어의 스마트폰 제품 진열장도 고급스러운 원목 전시대를 비치한 애플스토어를 연상케 한다.

지난 21일 이곳에서 아이폰7 출시 기념행사가 열려 현장을 직접 체험했다. 올레샵을 통해 아이폰7을 사전예약하고 행사에 응모하면 단 100명에게만 주어지는 개통식의 참가자격을 운좋게 얻었기 때문이다. 

이날 새벽5시. 행사 개시 3시간 전. 졸린 눈을 비비며 도착한 KT스퀘어에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35명의 애플 광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날 유일한 1등 개통자가 되기 위해 행사 시작 4일 전부터 이곳에서 진을 쳤다는 유병문(25)씨는 다른 대기자들과 함께 1등 개통자에게만 제공되는 경품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서울 수유동에 거주하는 유씨는 차즘(CHAZM)이라는 가방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젊은 최고경영자(CEO)다. 
 

KT스퀘어 앞에서 아이폰7 개통을 기다리는 애플 팬들. (사진=한준호 기자)


유씨는 “KT의 경품을 보면, KT가 왜 아이폰 프론티어(개척자)인지를 알 수 있다”며 “KT는 1등 경품으로 아이패드 프로 9.7, 애플워치 시리즈2와 통신요금 1년 무료 혜택을 내놨는데, 애플 광팬들이 가장 원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SK텔레콤은 1등 개통자의 경품으로 여행상품권을 내걸었지만, (우리는) 여행보다 애플 제품을 더욱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유씨가 경품 이외에도 주목한 것은 KT가 아이폰7 시리즈 출시와 함께 선보인 ‘아이폰 체인지업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폰7을 선택한 고객이 1년 후 사용 중인 아이폰을 반납하고, 새 아이폰으로 기기변경하면 출고가의 최대 50%까지 남은 할부금을 면제해준다.

애플은 아이폰 10주년을 맞는 2017년에 디자인이 크게 바뀌고 혁신 기술들이 탑재된 고성능 스마트폰을 선보인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 이를 의식한 KT는 올해 아이폰7을 개통한 고객들이 약정기간인 2년을 기다리지 않고 1년 만에 새 아이폰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KT 아이폰7 개통 기념행사에 참가한 고객들이 아이폰7을 개통하고 있다. (사진=한준호 기자)


유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 덧 행사 1시간 전인 7시가 됐다. KT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일찍 이곳을 찾은 대기자들에게 아침식사와 커피를 제공하고, 기다리는 동안 퀴즈대회도 진행하며 개통식장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마지막 퀴즈 경품으로 애플워치가 등장하자 광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열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7시59분. 행사시작을 위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서 행사장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카운트다운 행사에 참석한 김영호 KT 영업본부장은 “이곳 KT스퀘어에서 열리는 7번째 아이폰 개통식”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번에도 아이폰 전문가 KT가 좋은 아이폰 프로그램을 준비했기 때문에 이를 주위에 많이 알려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폰7 KT 1호 가입자인 유병문씨가 김영호 KT 영업본부장, 우주소녀와 함께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T)


개통식이 시작되자 모든 행사장 관계자와 취재진의 관심은 온통 1등 개통자 유병문씨에게 쏟아졌다. 그의 아이폰7 개통 전 과정, 그가 그토록 원했던 애플 제품들을 받는 순간까지 취재진의 카메라가 밀착했다. 

작지만 강력한 에너지와 스토리텔링이 어우러진 행사에서 KT가 선보인 애플 아이폰7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갤럭시 제품 그자체의 기술력에만 매달리다 낭패를 본 삼성전자에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KT관계자는 “다른 통신사에서도 아이폰을 만날 수 있지만 아이폰4까지는 KT에서만 만나볼 수 있었다”며 “이 시기에 ‘아이폰=KT’라는 인식이 형성됐고, 그 인식을 토대로 이룬 차별화와 노하우가 KT의 강점이자 자신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