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한국 농구의 10년 이상을 책임질 ‘대들보’ 이종현(22·고려대)을 신인 전체 1순위로 뽑은 울산 모비스가 강력한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조금 달랐다.

22일부터 6개월 동안 대장정에 돌입하는 2016-2017 프로농구 정규리그 개막을 앞둔 10개 구단 감독들이 우승후보를 꼽는데 난색을 표했다. 그만큼 올 시즌은 전력평준화가 예상된 시즌. 그래도 감독들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고양 오리온과 전주 KCC를 우선순위로 뽑았다.

KBL 10개 구단 감독과 주요 선수들이 19일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6-2017 프로농구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한 자리에 모여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프로 무대에 입성한 신인 ‘빅3’ 이종현(모비스)과 최준용(서울 SK), 강상재(인천 전자랜드) 등도 자리를 함께 빛내 기대감을 갖게 했다.

이종현을 뽑아 기쁨을 감추지 못했던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모비스에서 13시즌째 감독 생활을 하고 있는데 올 시즌만큼 어깨가 무겁고 부담스러운 적은 없다”며 “그동안 마음 편하게 준비를 했었는데, 1순위 이종현 선수를 뽑으면서 외부의 눈길이 상위 성적을 생각하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 시즌을 맞이하는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이어 유 감독은 “어느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오를까보다 어느 팀이 6강에 들지 못할지 더 궁금하다”며 “그래도 오리온과 KCC를 비롯해 신인 빅3를 뽑은 팀들까지 5팀이 플레이오프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올해는 신인 선수들 때문에 우승전선에 차질이 생겼다. 하지만 우리 팀은 오리온만의 농구를 보여줄 것”이라며 “올해는 두 가지 챔피언을 꼭 하고 싶다”고 통합 우승을 목표로 세웠다. 추 감독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두 팀에 대해서도 “한 팀은 확실히 알겠는데, 나머지 한 팀은 모르겠다”며 소속팀을 내세운 뒤 “바람은 전자랜드가 올라오는 것이다. 이동거리가 가장 짧기 때문”이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오리온과 함께 우승후보로 가장 많이 지목을 받은 팀은 KCC.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추승균 KCC 감독은 “감독 첫 시즌 선수들이 잘해줘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올해 부담이 되지만, 뛰지 못했던 새로운 선수들이 많아 더 재밌는 시즌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추 감독은 두터운 선수층에 주목하며 오리온과 안양 KGC인삼공사를 우승후보로 꼽았다.

신인 전체 2순위로 최준용을 영입해 화려한 SK 군단을 유지한 문경은 SK 감독도 승률 5할을 목표로 내세우며 “오리온과 KCC가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라고 말했다. 김영만 원주 동부 감독도 “오리온과 KCC가 전력을 유지해 가장 유리할 것”이라며 “모비스는 이종현이 적응을 마친 플레이오프 이후 상황이 달라질 팀”이라고 분석했다.

김진 창원 LG 감독은 우승후보에 KGC를 지목한 반면 나머지 구단 감독들은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할 팀들을 고를 수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에 대해 김승기 KGC 감독은 “작년까지는 우리 팀을 우승후보로 많이 거론했는데 이번엔 별로 안 나와 기분이 좋지 않다”며 “일단 저질러 놓고 일을 벌이는 성격인데, 우리 팀은 무조건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간다. 상대를 고르는 중”이라고 당당한 포부를 밝혔다.

올해 프로농구는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오리온과 KCC가 22일 오리온의 홈구장인 고양체육관에서 공식 개막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