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 둔 ‘염갈량’…염경엽 감독, 당장 아닌 1년 뒤 주목되는 이유
2016-10-18 09:13
염 감독은 사령탑 데뷔 후 4년 연속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염갈량’이라는 별명도 얻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향후 시장에 나온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염 감독은 “당분간 나를 돌아볼 시간을 갖겠다”며 타 구단 이적설을 일축시킨 뒤 사실상 휴가를 신청했다.
넥센은 지난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5로 져 시리즈 1승3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임기 1년을 남긴 염 감독은 경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실패의 책임은 온전히 나에게 있다. 오늘부로 책임져야 할 거 같다. 물러날 생각하고 있다”고 자진 사퇴 발언을 하며 스스로 떠났다.
짧은 기간에도 ‘공부하는 지도자’로 명성을 떨친 염 감독은 가을야구 꿈만 꾸던 넥센을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으로 이끌었다.
넥센은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 속에서도 정규리그 3위로 가을야구 잔치를 벌였다. 염 감독이 팀을 맡은 2013시즌 구단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뒤 4년 연속의 쾌거였다. 2014시즌에는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얻은 뒤 창단 첫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히어로즈 구단주인 이장석 대표가 경영비리 혐의를 받으며 팀 근간 자체가 흔들리자, 염 감독을 둘러싼 하마평이 시즌 도중부터 나오면서 구단과의 갈등성도 불거졌다. 또 올 시즌을 마친 뒤 염 감독이 타 구단 지휘봉을 잡을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았다. 이에 염 감독은 “자꾸만 나를 흔들면 다 놓고 떠나겠다”며 시즌 도중 강경 발언으로 불쾌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장에 나온 염 감독의 주가는 높다. 막대한 투자로 성적을 낸 감독이 아닌 유망주를 키워낸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 또한 해박한 야구지식으로 전략·전술에 능하고, 당장 눈앞의 성적이 아닌 2~3년 뒤를 길게 보는 안목도 뛰어나다. 검증된 사령탑인 염 감독을 향한 러브콜이 끊이지 않을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당장 염 감독의 거취가 정해질 상황은 아니다. 이적설을 강경하게 부인한 염 감독이 곧바로 다른 구단의 지휘봉을 잡기는 힘들다. 염 감독은 “4년 동안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앞만 보고 달려왔다. 지금부터는 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과 부족한 부분을 준비하고 채워가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염 감독의 행보나 거취에 주목할 시점은 2017시즌 종료 시점인 1년 뒤다. 성적이 꼭 필요한, 혹은 팀을 재건해야 할 몇몇 구단들의 감독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 ‘염갈량’은 아무 대책 없이 임기 1년을 남기고 ‘자진 사퇴’라는 강수를 두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