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많은 한국인 노린다'…필리핀서 한인 3명 총격 피살

2016-10-13 15:25
…올해만 벌써 4번째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필리핀에서 또 다시 한국인이 살해됐다. 올해에만 4번째, 벌써 6명이다. 두테르테 행정부가 '강력범죄와의 전쟁'을 수행 중이지만 현지 치안 우려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리핀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교민과 여행객들의 불안도 증폭되고 있다. 

외교부는 13일 "필리핀 팜팡가주의 바콜로 시 북쪽 도로변 인근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이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필리핀 경찰 당국에 따르면 총격은 지난 11일 오전 7시 30분쯤 발생했다.

피살자 3명 모두 머리에 총상을 입었으며 팔과 다리가 테이프에 결박당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지문을 송부받아 경찰청 과학수사담당관실에서 확인한 결과, 3명 모두 40∼50대 한국인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은 개인적 원한이거나 사업 관계상 마찰에 따른 계획적인 범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약 75km 떨어진 바콜로시는 필리핀 북부 루손 지역에 위치한 인구 3만 명의 소도시다. 한국 학생들이 어학연수를 많이 가는 곳으로 한국인 여행객도 자주 방문하는 지역이다. 사건 발생 장소는 코리아 타운이 있는 앙헬레스에서 자동차로 30∼40분 정도 떨어진 곳이다.

외교부는 "주필리핀한국대사관 영사가 12일 오후 현장에 출동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경찰은 현지에 수사 전문인력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외교부는 치안이 불안해 바콜로 시를 이전부터 ‘황색경보’(여행자제·위험도에 따른 4단계 중 3단계) 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올해 필리핀에서는 한국인 피살사건이 네 차례 발생했다. 필리핀에서 살해된 한국인은 2012년 6명에서 2013년 12명으로 급증해 2014년 10명, 2015년 11명으로 3년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올해 발생한 한국인 피살 사건은 마닐라 주변에 집중됐다. 

지난 2월 한국 지방대 교수 출신의 교민 박 모(68) 씨가 마닐라 외곽 카비테주의 자택에서 흉기에 찔려 숨졌고, 5월 마닐라 외곽 라구나 주 칼람바시에서 장 모(32) 씨가 집 근처에 주차해놓은 승용차에 타려다가 괴한의 총격을 받아 목숨을 잃었다. 또 같은 5월 마닐라 북부 따이따이시에서 한국인 개신교 선교사 심 모(57) 씨가 괴한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숨졌다.

필리핀에서는 빈곤과 구멍 뚫린 총기규제 탓에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그 피해는 외국인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우리 정부는두 나라 경찰이 한국인 대상 범죄를 전담 처리하는 '코리안 데스크'를 올해 들어 5개 지역에 추가로 설치하는 등 대응 태세를 강화했지만, 교민 9만여 명에 연간 한국인 방문자가 100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예방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리핀 경찰의 수사력도 문제다. 지문 감식과 통신조회 등에서 첨단 수사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아 현지에서 강력사건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범인 검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