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럭키’ 폭풍처럼 다가오는 그 사나이

2016-10-12 11:45

극 중 냉혹한 킬러 형욱 역을 맡은 유해진[사진=영화 '럭키' 스틸컷]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모든 건 키(Key) 때문이다. 냉혹한 킬러 형욱(유해진 분)은 사건 처리 후 우연히 들른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져 기억을 잃는다. 같은 시각, 삶의 의욕을 잃고 자살을 결심한 무명배우 재성(이준 분)은 신변 정리를 위해 들른 목욕탕에서 형욱의 사고를 목격한다. ‘돈 많은 아저씨’ 형욱이 죽은 거라 착각한 재성은 갈등 끝에 그와 자신의 목욕탕 열쇠를 바꿔 도망친다.

기억을 잃은 형욱은 구급대원 리나(조윤희 분)의 도움으로 분식집에 취직, 일상생활에 조금씩 적응해나간다. 칼질이면 칼질, 싸움이면 싸움. 못 하는 게 없는 그 사나이 형욱은 자신이 무명 배우라고 착각하고 최고의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 무렵 재성 역시 형욱이 경찰이라 오해하고, 의문의 여인 은주(임지연 분)와 만나게 된다.

영화 ‘럭키’(감독 이계벽·제작 용필름·제공 배급 ㈜쇼박스)는 이계벽 감독이 ‘야수와 미녀’ 이후 11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자 우치다 켄지 감독의 ‘열쇠 도둑의 방법’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는 원작 속 기본 설정만 취하고 한국 정서를 입히는 것에 성공, 오롯이 ‘럭키’만의 매력을 덧입혔다.

영화는 유해진의 ‘원맨쇼’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유해진은 그동안 맡아왔던 모든 캐릭터를 집약해 형욱이라는 인물을 완성해냈다. 감정에 서툰 형욱이니만큼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을 텐데도 유해진은 섬세한 연기로 관객들을 만족하게 할 만한 코미디와 멜로를 끌어낸다.

오롯이 유해진에게 기댄 영화인만큼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활약은 아쉬움이 남는다. 형욱이 등장하지 않으면 영화는 금세 힘을 잃고 늘어지고, 관객들에게 ‘설명’하는 것에만 급급하다. 이준과 임지연이 연기한 재성과 은주 캐릭터는 관객들을 이해시키기 쉽지 않아 보이고, 또 그들을 설득시킬 시간 또한 충분하지 않은 듯하다.

중반부부터 드러나는 멜로 역시 마찬가지다. 캐릭터만 강조하고 많은 이야기를 설명으로 풀어가려다 보니, 실마리는 풀리지 않은 채 에피소드들만 나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리듬이나 속도는 인상 깊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등장하는 함중아의 ‘그 사나이’의 가사처럼, “폭풍처럼 등장하는 그 사나이”는 관객들의 웃음 포인트를 콕콕 짚어준다.

작품의 빈틈과는 상관없이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다. 영화의 중심이자 핵심인 유해진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이준 역시 자신의 몫을 다해냈다. 조윤희와 임지연은 이전과는 다른 캐릭터로 영화의 결을 살려내는 것에 일조했다. 10월 13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13분, 15세이상관람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