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주요 그룹 4분기 경영 키워드는?

2016-10-10 17:17

아주경제 양성모·김봉철·이소현·류태웅 기자 = 국내 대기업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 4분기 경영 키워드로 '선제적 혁신'과 '내실화'를 꼽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경쟁국인 중국이 턱밑까지 추격해오며 수출기업들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수까지 얼어붙으면서 점차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이에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은 최근의 위기극복을 다짐하고 내실을 다지며 '위기속 도약'을 강조하고 나섰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김승연 회장은 창립 64주년 기념사에서 “여름에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평온할 때도 위태로울 때를 생각해야 한다”며 “겉으로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일 때일수록 방심하지 않고 긴장의 끈을 바짝 조여야 한다”고 위기의식의 재무장을 주문했다.

김 회장은 또 “적당한 목표를 세우고 적당히 도전하는 문화에서는 결코 일류를 꿈꿀 수 없다”면서 “각 사업부문의 내실을 더욱 강화하며 일류 제품, 일류 서비스, 일류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다져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화와 혁신을 위한 SK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최태원 회장은 오는 12일부터 2박3일간 열릴 하반기 CEO 세미나에서는 각 계열사들의 혁신 아이디어를 살펴볼 예정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CEO세미나를 통해 각 계열사들이 안고 있는 현안 및 그에 대한 혁신 아이디어들이 공유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6월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SK그룹의 근본적인 혁신을 주문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금의 경영환경에서 변하지 않는 기업은 슬로우(slow)가 아니라 서든 데스(돌연사, Sudden Death)가 될 수 있다”면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바꾼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LG그룹도 11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리는 분기 임원세미나에서 지속적인 혁신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배터리가 세계 1위에 오른 만큼, LG그룹 신성장동력을 이끌기 위한 혁신과 변화에 방점을 찍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매년 10월 개최되는 LG그룹 임원세미나에서는 LG경제연구원의 새해 경제전망을 토대로 사업지침이 내려진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은 내년 생산 가능 인구가 처음 감소하는 등 저성장 기조의 여파로 2017년 경제성장률이 2.2%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재계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도 이런 저성장을 타개하기 위해 신성장에 대한 투자, 수익성 높은 기업간거래(B2B) 사업에 힘을 싣는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혁신의 필요성을 거듭 언급하고 있다. 지난 7월 열린 3분기 임원모임에서 허 회장은 “변화되는 사업환경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찾아내고 지금부터 꾸준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은 내실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부진과 내수침체, 노조 파업 등으로 올해 판매 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이에 중국 시장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을 교체하는 것은 물론 혁신이 동반된 ‘품질 강화’와 노사화합으로 위기 돌파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올해 '구조혁신'을 기업 경영의 아젠다로 세운 포스코는 4분기에도 ‘구조혁신의 가속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또한 국내외 철강경기 침체에 대비해 내실화에도 힘쓰고 있다.

현재 포스코는 자산 구조조정 목표 149건 중 81건을 완료한데 이어 올 하반기에는 추가로 28개의 계열사 및 13건의 자산을 구조조정할 계획이다. 또한 전사적 비용절감, 고수익·고급강 WP(월드프리미엄)제품 판매 확대를 통해 글로벌 공급과잉과 주요 수요산업의 부진, 수출대상국들의 수입규제 강화 등의 어려운 시장 상황을 돌파해나간다는 전략이다.

현대중공업은 극심한 조선 경기 불황을 이겨내고 시장의 신뢰 회복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일련의 경영합리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글로벌 기업과 다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해, 시장의 확대와 기술력 확보를 꾀하고 이를 통해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